이런 삶
류종호
붉은 산 서녘으로
노을이 지고
저녁연기 슬금슬금
골안에 찬다
이제 가야지
한 바작 풀짐을 지고
어린 것들 재잘재잘 동무하는 길로
어둠이 깊기 전에 돌아가야지
형형 색색의 세상
흑백으로 바라보며
김칫국만 얼얼하게 들이키는
이내 살림 속
그래도 내 땅 내 집가에
풀벌레들 억시게 울어대니
꾸꾸기 뒷산을 떠날 때까지는
끼리끼리 벗하며
윽박지르고 삿대질하며
그렇게 두런두런 살아야 할 일
풀언덕에 뒹구는 저 녀석들이
쑥대처럼 제 잘난대로 자라
이 논밭에 삽날을 찍을 때까지는
한 바작 풀짐을 지고
저녁연기 속으로 묻혀지는 일
서럽지 않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