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디지털의 힘
2002년도에 구입한 SKT 011 휴대폰의 액정 화면이 고장 나 신기촌사거리에 있는 SK A/S센타에 들렀습니다. 수리비만 6만원이 나온다 하더군요. 그래 아예 기종을 바꾸기로 하고 집으로 와서 휴대폰 중고 사이트인 www.cetizen.com에 회원 가입하여 '중고거래장터' 매물 중 인천 거주자가 올린 걸 찾았습니다. 지역별 검색 기능이 없어 조건 검색창에 'sch-w290'을 치고 일일이 클릭하여 찾았지요. 구월동 사는 사람이 내놓은 매물이 하나 나오더군요. 여기까지의 소요 시간이 대략 1시간 30분 정도입니다.
판매자와 11:40경 구월동 모래내시장 사거리 GS25시 할인마트 앞에서 만나기로 하였는 바, 대략 11:45경 판매자를 만나 19,000원을 건네고 물건을 받았습니다. 2007년도 출시 모델이라 신품에 가깝더군요. 판매자는 휴대폰에 저장된 USIM 카드를 뽑고 기기만 건넸습니다. 개인정보가 저장되어 양도가 불가능하답니다. USIM 카드는 가까운 SK 대리점에서 판매한다더군요. 그 즉시 모래내시장 근처 SK 휴대폰 매장에 들러 USIM 카드를 찾으니 대리점으로 가야 합답니다. 동양장사거리 'SK희망대리점'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대리점에 도착하여 기종을 보여주며 USIM 카드를 찾자 인천지점으로 가야 한답니다. 니미럴, 여기서부터 열이 돋더군요. 그래도 세상사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자고 마음먹고 마음 가라앉힌 뒤 구월동 롯데백화점 뒷편의 SK 인천지점에 갔습니다. 거기서 기종 변경을 신청하자 새로 산 기종이 동영상 통화기능까지 겸하는 거라 국번이 바뀐다는 겁니다. 모든 서비스는 그대로이고요. 할 수없이 응했더니 서류 하나 작성하고 010-3703-215*로 바뀌었다 하더군요.
위 절차를 끝낸 후 아가씨는 휴대폰에 교통카드 기능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깔아줄테니 휴대폰 잠금장치 패스워드를 말하라는 겁니다. 제가 그걸 아나요? 판매자에게 전화 걸어 물으니 자신도 잊어 먹었다네요. 그래 아가씨에게 사실대로 말하자, 그렇다면 신기사거리 SK 인천 A/S센타로 가서 휴대폰 초기화를 신청하랍니다. 그러면서 휴대폰 등록확인서를 발부해주더군요. 다시 차를 몰아 신기사거리 SK 텔레콤 A/S센타에 가서 접수하니 6분 가량 소요되어 담당 기사가 잠금장치를 풀어줬습니다. 거기까지 일을 마치고 집에 도착하여 T-money 서비스 프로그램까지 다운로드 받자 2시10가량 됐습니다. 그래 허겁지겁 밥을 먹고, 허겁지겁 이렇게 글을 씁니다. 어디 틀린 데는 없나요? 오타 없어요? 제 타발이 빠른 편입니까?
그런데요. 디지털 시대에 부응하기 위해선 인간의 머리통도 다변화해야 한다는 걸 오늘 새삼 느꼈습니다. 인간의 머리통이 시대를 따라잡지 못하면 저처럼 몇 시간을 헤맨다는 것이죠. 근데요. 머리통이 디지털 시대를 따라 잡는다 해서 위와 같은 절차를 무시할 수 있나요? 결과적으로 디지털의 힘은 간편한 만큼 복잡한 절차를 요구한다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인간의 삶은 모시 바지 걸치고 그늘 밑에 누워 불알 밑의 땀이나 식히며 사는 게 제일 한갓진 것 같아요. 세상이 너무 복잡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