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여러분께 책 한 권을 소개합니다. 물론 이 책을 읽은 분도 계실 줄 믿습니다. 그러나 한 번 읽은 책도 두 번 세 번 읽다 보면 그 느낌이 다르지요. 읽을수록 깊은 향(香)이 우러나오기 있기 마련입니다. 여기서 저는 오직 문학에 관한 장르만을 논하며 다른 학문적 변론은 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 증보판 백석 전집 - 실천문학사 刊 표지
백석은 6. 25동란 당시 지식인들이 납북당할 때 그들과 함께 북으로 간 것으로 추정됩니다. 충북 옥천 출신의 정지용 시인도 납북된 시인 중 한 사람이지요. 특히 대표적인 납,월북문인들로는 소설 쪽의 이태준(李泰俊) 박태원(朴泰遠) 홍명희(洪命熹) 이기영(李箕永) 황건(黃鍵) 이광수(李光洙) 김남천(金南天), 시에는 정지용(鄭芝溶) 김기림(金起林) 오장환(吳章煥) 조영출(趙靈出) 조벽암(趙碧岩) 임화(林和) 김억(金億) 김동환(金東煥), 평론 쪽의 이원조(李源朝) 김동석(金東錫) 안막(安漠), 극작 및 아동문학 쪽의 송영(宋影) 신고송(申鼓頌) 김승구(金承久) 함세덕(咸世德) 등이 꼽히고 있습니다.(人名은 인터넷 자료 발췌)
*백석 프로필
위 인물 중 임화 김남천 등은 53년 8월에 사형(총살이 多數說)됐고, 이기영은 84년 8월에, 박태원은 86년 7월에, 홍명희는 68년 3월에, 조영출은 93년 5월에, 조벽암은 85년 11월에, 김승구는 94년 11월 각각 사망한 걸로 되어 있습니다. 임화 시인에 대한 부분은 언제 따로 언급할 기회가 오길 바랍니다. 그는 남북한 문학사를 통틀어 가장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한 문인이었습니다. 다다이즘 시인에서 마르크시즘 문학운동 단체 ‘카프’ (KAPF)의 서기장으로, 박헌영 추종자에서 김일성주의자로 변신하다 결국 총살당한 -김일성 집단에 의하여- 그의 운명 자체가 격동의 한국근현대사였습니다.
* 젊은 날의 백석
한 가지 임화 시인에 대하여 공부할 적에 북으로 납북 당한 연도가 학자에 따라 1946년 혹은 47년으로 분명치 않고 처형 연도도 1952년과 53년으로 각기 주장하는 학자들이 있어 아쉬웠습니다. 제가 소개한 백석 시인은 95년 경 사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 말년의 백석
소설가 김채원의 어머니 최정희 여사와 연애하던 시절, 달개비 꽃을 으깨어 잉크 대신 찍어 썼다는 일화는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참고로 김채원은 <국경의 밤> <산 너머 남촌에는> 저자 파인(巴人) 김동환과 최정희 여사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김채원의 언니 김지원도 소설가인데 그 분은 김동환 시인의 첫 번째 부인이 낳았습니다. 십 수 년 전, 미국에 거주하는 김지원 씨가 소설집 발간을 위해 일시 귀국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만 워낙 책이 읽히지 않는 시대이다 보니 서점가에서 크게 주목받진 못한 걸로 기억합니다.
*백석의 詩 <秋日山朝>
글의 방향이 빗나갔네요. 백석은 이 땅에서 가장 순수한 서정시인이며 사상성을 詩에 훌륭하게 간직했던 시인으로 현학적이며 외래적인 시풍을 과감히 배격하여 관념적이고 공허한 동시대의 詩들을 부끄럽게 했습니다. 백석은 릴케보다도 더 감수성이 예민하고, 서민적이고, 솔직한 시를 썼습니다. 푸쉬킨보다도 더 쉽고 아름다운 시를 썼고, 도연명보다도 더욱 진실하게 자연을 사랑하는 훌륭한 시를 썼지요. -일부 인용-
*백석의 詩 <定州城>
백석은 이태백의 현학적이고 화려함을 현실적으로도 능가합니다. 또한 백석은 이 모든 유명 시인들의 정치성을 배격하고, 외국의 들뜬 싸구려 감정의 낭만적인 시들을 거부합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당대에 입방아만 찧던 싸구려 외국 시들을 부끄럽게 하는 유일한 시인이기도 하지요. 그의 작품을 읽노라면 경탄을 금치 못할 것입니다. 진부한 설명을 거두고 이 계절의 필독서로 자신 있게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