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記/Pen 혹은 文學

하루를 멋지게 살기엔 / 이인석

펜과잉크 2007. 6. 5. 09:37

 

[文協 email]

 

 

류종호 씨

낭송 작품보냄.

시가 길어서 둘이서 낭송할 것임.

첫째연 셋째연 다섯째 연은 류종호 씨가 읽고 2, 4, 6 연 이런식으로 여자 명서영이 읽을 것임

<6월 9일 오후 7시 수봉공원 문화회관 노천무대> 

 

 

 

 

<시>

하루를 멋지게 살기엔 / 이인석

 

 

 


하루를 멋지게 살기엔

인생은 너무나 길다


계집 때문에 고민하는 사내나

따분한 시를 쓰는 작자나

멋만 찾아 헤매는 위인이나

모두가 잠꼬대 같은 존재


5층 댄스홀에서

태양이 내려쬐는 거리를 굽어보면

구더기 같기도 하고

거룩하기도 한 인간들이 간다


밤이면 골목마다 이룬 화하(火河)……

애국자들이 탄 헤드라이트의 불빛이니

남북통일의 염원 같다고나 해 두자


백사십만 환에 불하된

작약도 같은 나라에서

저마다 잘났다나


배를 안고 한바탕 웃고 나면

눈물이 고인다


하루를 참되게 살기엔

인생은 너무나 짧다



층계를 올라서면

바다가 보이고

호수처럼

수목들의 내음이 몰려온다



아카시아……

파편에 허리를 뚫리고도

풍만에 겨운

계절의 향기를 던지누나


사철나무 라일락

오, 네 이름은 무엇이던가

죽는 줄만 여긴 너도

꽃 피울 차비에 분망하구나


포탄이 우박처럼 내린

상흔에 서서

푸름을 이어 가기에

모두는 쉬임과 슬픔을 잊었느냐


푸른 내음은

깊은 곳에 자리한 밀어

또한 다함없는 침묵의 변

네 안에서 나를 찾아본다


2

안개 속에 잠겼던 거리

햇볕은 받들고 떠오른다

아침 일곱 시……


노동자들이 한 패 두 패

부두쪽으로 사라진다

조개장수 아낙네들이 거리로 내려간다


학생들이 길을 쓸며 올라온다

아버지와 아들이

뛰엄박질 내기하며 올라온다


뱃고동과 기적과 나직한 소음……

역사의 운전대엔

아침을 아는 굳건한 모습들이구나

                                        <『종이컵과 하늘』, 1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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