餘談/음악의 세계

클래식기타 여행기

펜과잉크 2009. 9. 30.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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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10일,

 원음기타 콘서트용 200호를 김포시 하성면 원산리 강두원 선생님 공방에 보냈습니다. 흑단 지판(Finger bord) 8-10번 프렛 부분에 미세한 휨 현상이 있고 하이포지션에서 트레킹이 발생하며 12번 프렛 현고도 예전같이 않아 정밀진단이 필요했습니다. 특히 뒷판 중앙부분 쉘락에 두 군데 작은 균열이 발생하여 수리할 목적도 있었습니다. 공방에 보내기 전 측정한 바에 의하면 6번 프렛 현고가 4mm 이상이었고 12번 프렛의 경우 5.5mm 가량 됐었죠. 엄태흥 선생님 수제품 200호에 비해 전체적으로 높은 현고를 보였습니다. 반면 사운드홀의 현고는 12mm로 비슷했어요. 개인적으로 현이 지나치게 높으면 운지에 불편이 따르더군요.  

 

 여기서 잠깐 엄태흥 선생님 수제품에 관한 소견을 말씀드리면 엄태흥 선생님 기타는 장력이 세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스프러스 기타의 경우 단단하면서도 명료한 음을 발산해내죠. 한때 200호와 400호만 주문 제작하시다가 몇 년 전부터 300호와 500호만 주문 제작하시는 걸로 압니다. 엄태흥 선생님은 장인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이 대단하신 분 같았어요. 당신만의 고집도 굉장하셨구요. 경기도 광주 인근 자택 2층에 공방을 차리고 사십니다. 통풍이 원활한 공간에 기타 재료들이 가득하더군요.   

 

 

 엄태흥 200호, 스프러스

 

 

 

 어제 김포로 보냈던 기타가 돌아왔습니다. 받는 순간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9월 10일 날 보냈으니 19일 만에 받은 셈입니다. 모든 결함이 깨끗이 수리됐더군요. 지판의 휨 현상이 말끔히 보완된 게 첫눈에 들어왔습니다. 하이포지션의 트레킹도 없었습니다. 뒷판 중앙 쉘락의 잔금이 수리되었음은 물론 뒷판 내부를 별도의 재료로 마감한 점도 눈에 들었습니다. 이 정도로면 쉘락의 균열로 인한 음의 변형은 없을테니까요. 충분히 만족할만한 수준이었습니다.

 

 

 하드케이스로 포장되어 온 기타(로젠택배 송장번호 400-9634-2381) 

 

 

 

 

 

 

 

  

 하이포지션에서의 결함을 없애기 위해 수리한 흔적이 보입니다. 1번 현쪽 지판을 교정한 것 같아요.

 

 

 

사진으로는 식별이 곤란하지만 지판의 휨 현상이 깨끗이 수리됐습니다.

 

 

 뒷판 중앙 쉘락의 균열을 수리한 흔적

 

 

내부에까지 재료를 써서 마감한 흔적이 보입니다. 강 선생님이 신경을 많이 쓰신 것 같아요.

 

 

6번 현을 기준으로 사운드홀 현고를 측정하니 11mm였습니다.

 

 

 

12번 프렛의 현고는 대략 4.5mm였습니다. 줄의 곳곳이 벗겨진 건 불규칙 주기로 위치를 바꿔준 때문입니다. 수명을 늘리기 위한 조치죠. 보통 3개월 정도 지나면 새로운 줄로 세팅합니다.

 

 

 

 6번 프렛의 현고 3.5mm 정도였고요.

 

 

 1번 프렛의 현고는 대략 1.5mm였습니다. 자칫 버징을 우려했으나 기우에 불과했죠.

 

 

 

 

이상과 같이 나열했습니다만 위 강두원 선생님 작품 200호는 시더 기타입니다. 스프러스보다 음의 깊이가 더하죠. 포근하고도 따스한 음색이 특징입니다. 스프러스 재질의 기타건 시더 재질의 기타건 연주자의 취향에 따라 선택될 수 있다고 봅니다. 예전에 김정곤 선생님 수제 400호를 소장했던 적이 있는데요, 그 기타는 전판이 스프러스였습니다. 김정곤 선생님이 상하이 악기 박람회에 출품하셨던 작품이었죠. 소리가 황홀경을 넘어 무아경을 연상케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참 좋았는데 평생 기타와 함께하신 분의 평가는 달랐습니다. 클래식기타 소리가 예쁜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말씀이었어요. 그 분의 조언에 따라 지금의 강두원 선생님 수제 200호로 바꿨습니다.  

 

 

 김정곤 수제 400호, 스프러스  

 

 

 

 최근 스페인 등 각국에서 기타 제작법을 전수하고 돌아와 기타를 제작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클래식기타의 제작 과정은 완벽할 정도로 치밀하죠. 따라서 마무리가 다소 투박하고 거친 국내 장인들의 작품에 대해선 그리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음쇠 박힌 걸 놓고도 따지는 사람이 있더군요. 

 

 참고로 지판의 휨 현상을 자가진단하는 요령에 대해 상식 하나 알려 드리겠습니다. 먼저 6번 현의  1번 프렛 음쇠와 12번 프렛 음쇠를 손으로 누른 상태에서 1-7,8번 음쇠가 미세한 공간을 보이는 게 표준이라고 합니다. 살짝 떠있는 상태를 말하는 거죠. 1번 현의 1번 프렛과 12번 프렛을 같은 방법으로 눌러 진단해보면 되겠죠. 

 

 얼마 전,

 서울대학교 클래식기타 동아리 학생들이 인천에 내려와 제 기타를 연주했습니다. 그 중 남학생의 연주가 수준급이었는데요, 그 역시 스프러스 기타와 시더 기타에 대해 저와 비슷한 입장을 취했습니다. 엄격히 말해 스프러스 기타이건 시더 기타이건 실력만이 모든 걸 말해주죠. 그렇게 생각합니다. 저 역시 글을 이렇게 써도 실력은 '깡통' 수준이랍니다. 한때는 카르카시 교본 연습곡도 했습니다만 수 개월을 쉬었더니 박성문 선생님의 <초보자를 위한 새클래식기타교본>집도 헷갈리네요. 집에서 홀로 독학하는 건 별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졸음만 몰려올 뿐. 사실 지난 수 개월을 공황상태로 보냈습니다. 이제 털고 일어나야죠. 아버지도 그걸 바라시고 지켜보실 거예요.  

 

 어젯밤,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인천클래식기타아앙상블 제11회 정기연주회에 다녀왔습니다. 이미경 선생님의 지휘하에 모든 단원들이 환상의 곡들을 연주하셨죠. 사실 많은 연주자가 기타라는 악기를 통해 절묘한 화음을 빚는다는 자체가 감동입니다. 클래식기타가 다른 악기보다 배우기 간단한 과정도 아니구요. 클래식기타를 연주하는 분들은 다들 시인처럼 맑고 따스한 영혼을 가졌다고 봐요.

 

 

인천클래식기타아앙상블 제11회 정기연주회(2009. 9. 29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싸리재홀)

 

 

 

 글을 통해 평소 하고 싶었던 말을 꺼낸다면 관악기에 관한 부분입니다. 웰빙시대를 맞아 폭발적으로 늘어난 인구가 바로 색소폰 부는 사람들이죠. 색소폰은 배우기가 쉬워 어느 탈렌트 버젼을 빌린다면 '개나 소나' 다 할 수 있는 악기입니다. 문제는 실력입니다. 기본 스케일도 떼지 않고 연주기 앞에서 연주하는 것부터 동경하죠. 초보 입문자들이 반주기 앞에 서서 목석처럼 굳은 채 악보에 시선을 못박고 연주하는 폼은 웃음을 자아내게 만듭니다. 색소폰이나 트럼펫이나 스케일과 롱턴을 해결하지 못하면 음역을 고루 누빌 수 없습니다. 고음에서 음정이 깨지기 마련인데 이걸 극복하려는 노력들이 소홀하더군요. 아울러 색소폰만 목에 걸고 나타나면 박수부터 치는 아줌마들의 수준도 달라져야 한다고 믿습니다. 색소폰을 목에 건 자체를 멋있어 할 게 아니라 연주 실력을 판단해야죠.

 

 

Besson Bb 올드 모델 10-10

 

 

 

 

 글이 지루하죠? 이만 끝내겠습니다. 추석을 맞이하여 개도 미용을 해줘야 할 것 같아요. 홈플러스 애견센타에 전화하니 두 시까지 개 데리고 오랍니다. 토이푸들 부분 미용에 발톱까지 깎아주고 3만원 받는대요. 사람 머리 깎고 염색을 해도 2만원인데…. 아무튼 그렇답니다. 글 읽어주신 분의 건강과 신의 가호를 빕니다. 마지막으로 아래 파일을 한 번 클릭해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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