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하 스트라디바리우스 37 벨, 골드 457***번대 트럼펫! 명기이다. 외국에선 바하 외에도 몇 가지 브랜드가 명기로서의 가치를 뽐내고 있지만 국내에선 여전히 바하가 대세다. 나도 바하의 포근한 음색이 좋다. 그리하여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현재의 45만7천번대 명기를 소장하게 되었다.
현재 매물로 내놓은 악기는 트럼펫 전문 연주자가 불던 트럼펫으로 음정과 피치가 정확하게 뚫려 있다. 그 점은 인정한다. 그래 계속 소장하면서 내 것으로 길들이려 했으나 아무래도 나와 인연이 없는 것 같다.
악기를 사자고 빗길에 차를 몰고 두 시간 넘게 서울까지 가본 것도 처음이고, 늦게 도착했다는 이유로 -악기 파는 사람이 오히려 큰소리- 핀잔을 듣질 않나, 성질 나서 오기로 값을 깎기로 작정하고 흥정했음에도 여자들의 수완에 끝내 무릎을 꿇고 그쪽에서 제시한 가격의 1원도 못깎았다. 그 여자는 자신의 근거지에서 몇 발짝 안 움직이고 약속시간 한 시간 넘게 도착한 내게 큰소리 치며 제 값을 톡톡히 받아낸 셈이다. 거기에다 헤어질 때 웃으며 헤어졌으니 어쨌든 그쪽의 일방적인 승리다. 인천에 와서 불어보니 역시 타고난 명기임에 틀림없었다.
악기를 구입하고 하루가 지나 서울특별시 답십리 사는 마니아로부터 휴대폰 문자가 왔다.
'혹시 기억하시나요? 답십리 트럼펫학원*^^* 스타알링 실버 트럼펫 팔려고 하는데 생각나서 먼저 연락드려요~'
문자를 읽는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 악기를 아는 때문이었다. 그 악기는 바하 스트라디바리우스 스타알링 실버 모델이다. 국내에선 스타알링 실버 모델 자체가 귀하다.
2007년 여름,
몸이 근질거려 1호선 국철을 탔다. 종각역에서 내려 도보로 5분 가량 걸리는 낙원상가에 들릴 목적에서였다. 낙원상가에 출입한 건 젊었을 적부터다. 관악기 매장 사장들은 거의 안다 해도 과언 아니다. <찬양악기>를 운영했던 고(故) 김덕환 사장과 매니저 고(故) 한기성 씨와도 친했었다.
그날도 낙원상가 통로를 슬금슬금 다니며 악기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어느 악기점에 들러 발견한 게 바하 스트라디바리우스 스타알링 실버 모델이다. 귀한 모델이 나왔음에 신기해하면서 가격을 물으니 괜찮은 선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그래 하루만 생각할 시간을 달라하고 인천으로 내려왔다. 생각해보나마나였다. 그런데 이튿날 영업시간이 되어 전화를 걸자 내가 다녀간 직후 원래 악기를 판매 위탁한 주인이 악기를 되찾아 갔다는 게 아닌가?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그래 악기점 주인에게 사정하여 악기 주인의 휴대폰 번호 -이런 건 잘 알려주지 않는다-를 알아냈다.
악기 주인의 태도는 완강했다. 자신이 순간 눈이 뒤집혀 악기를 위탁해놓았다가 이틀동안 잠을 이루지 못한 끝에 결국 악기를 되찾아갔다는 얘기였다. 팔라고 애원했지만 별무 소용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 포기할 수 밖에!
그 해 가을,
10월 한 달간 회경동 수사연수소 합숙 교육을 하명받았다. 선거사범 및 지능범죄 수사 과정이었다. 바쁜 업무에 찌들었던 차에 잘됐다 싶었다. 그래 수사연수소에 입소하여 아무 생각없이 공부만 했다. 씨발, 일개월 교육과정의 교재가 왜 그리 두껍던지... 시험 성적 꼴찌를 면하려면 공부하는 수 밖에 도리가 없었다. 그래도 학과시간이 끝나면 미련없이 책을 덮었다. 연수소 주변의 호프집에 가서 생맥주 5백씨씨와 통닭 1/2 마리, 야채사라다 안주를 시켜놓고 혼자 마음껏 있다가 왔다. 와서 침대에 뻗으면 그만...
그때 뇌리를 스친 게 바로 답십리 트럼펫학원이었다. 나는 안면 몰수하고 그를 찾아가기로 했다. 알고보니 시내버스로 몇 정류장 안되는 거리였다. 답십리 전철역까지 가서 1-2분만 걸으면 학원이었다. 아아, 정말 기막힌 악기가 거기 있었다. 낙원상가에서 본 바하 스트라디바리우스 스타알링 실버 트럼펫! 그는 독일제 로타리식 트럼펫도 -모델명을 까먹었지만- 소장하고 있었다. 그의 허락을 받아 만져보고, 불어보고... 헤어질 때 난 그에게 훗날 악기를 팔게 되면 꼭 내게 연락을 달라 부탁했다. 그가 웃음으로 화답했고, 정확히 2년 3개월이 흘렀다.
'혹시 기억하시나요? 답십리 트럼펫학원*^^* 스타알링 실버 트럼펫 팔려고 하는데 생각나서 먼저 연락드려요~'
기억하고 말고! 기억하고도 남는다.
악기를 사기 위해 현재의 바하스트라디바리우스 37벨 골드 모델을 내놓기로 작심했다. 두 대를 소장하면 금상첨화이겠으나 그건 과욕일 뿐이다. 그리고 인연이 닿지 않는 악기는 주인을 찾아 보내는 게 마니아의 매너라고 생각한다. 그래! 떠나거라. 어떤 놈이 주인이 되든 널 따뜻이 사랑해주겠지. 현재의 내겐 바하 스트라디바리우스 스타알링 실버뿐이다. 굳~!
매물로 등록한 바하 골드 트럼펫
* Epilouge
내가 컴퓨터를 놓고 쓰는 방은 우리 아파트에서 식모방이라 부른다. 얼어죽을... 식모는 무슨... 여긴 내 방이다. 이 방 옆엔 딸의 방이 있고 그 옆에 화장실이 있다. 그러니까 내 방 천정 구석에도 윗층 화장실이 있는 것이다. 근데 윗층에 어떤 놈이 사는지 오줌소리가 무지게 크다. 고요한 새벽엔 다 들린다. 물건이 커서 오줌소리도 큰지... 난 오줌 눌때 변기 옆 비스듬한 경사면을 탄착점으로 삼는데 왜 윗층 놈은 물에다 직접 발사해서 아래층까지 들리게 하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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