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전국공무원문예대전과 ㄱ문예대전이 열린다. 주무 부서 담당자는 전자메일을 통해 문예전에 관한 자료들을 전송해준다. 개인의 영광을 떠나 소속 직장의 실적에 작용하기 때문에 매년 작품을 응모하라는 권유가 따른다. 하지만 작품을 내기가 망설여진다. 입선 여부를 떠나 왠지 낯 뜨거운 짓 같아서 말이다. 어쨌든 오래 전에 등단을 한 입장 아닌가. 글 솜씨를 떠나 이미 등단한 사람이 계속적으로 작품을 응모하여 상금이나 받아먹는 -물론 소속 직장의 실적에 기여하는 바 크겠지만- 행위가 부적절한 처신이란 판단이 앞선다.
이유는 또 있다. 가령 작품을 응모할 경우 1차로 인천 지역 예심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전례로 미루어 인천문협 문인들이 심사위원으로 위촉될 가능성이 짙다. 말하자면 인천문협 회원이 인천문협 회원 작품을 심사하게 되는 꼴이다. 그런 일은 개인적으로 수치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인천문협 회원중엔 내 작품을 심사할 정도로 실력이 출중한 문인이 극소수에 불과하다. 극소수는 다음과 같은 분들이다. 오랜 세월 일관된 문단활동으로 자질이 검증된 분 혹은 평론가들이다.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있다. 그동안 각종 문예전 인쇄물에 실린 당선작 심사평을 읽어보면 심사위원의 자질이 의심스런 예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괴발개발 써놓은 글을 활자화해놓은 것처럼 당최 무슨 소리를 하는지 핵심이 흐려 진정 심사평인지 지나가는 '개소리'인지 모호한 적이 많았다는 뜻이다. 편집위원이 교정을 보느라 애를 먹었을 것 같은 문체의 심사평도 있다. 그런 사람들이 내 작품을 심사하겠다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인천문협> 까페 활동을 열심히 하는 문인이라면 또 모르겠다. 무늬만 문인으로 색칠하고 다니는 모양새들은 가치도 자격도 없다.
얼마 전, 문인들끼리 자리를 함께할 기회가 있었다. 외지에서 온 원로 문인도 몇 있는 자리였다. 카메라를 들고 왔다갔다하는 날 향해 외지 문인 한 분이 묻자, 인천 지역 동료 문인이 다음과 같이 소개하는 것이었다.
"이 사람 시도 참 좋습니다. 지금은 몰라도 예전엔 참 잘 썼어요."
라고 하는 게 아닌가? 그 말이 내겐 무척 기분 나쁘게 들렸다. 자신이 마치 대단한 위치에 있는 것처럼 거들먹대는 뉘앙스가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나라면 다음과 같이 소개했을 것이다.
"이 사람도 저희 인천문협 회원입니다. 오래 전부터 함께 활동했지요. 아주 열성입니다."
다른 말은 한낱 헛소리 망발에 불과하다. 잘 쓰느니 못 쓰느니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그런 말을 할 정도로 시인으로서 혹은 평론가로서 탁월한 자질을 보여준 적도 없지 않는가? 나이도 두 세살 밖에 차이 안 나면서... 자신부터 변혁을 꾀해야 할 입장이면서 남을 향해 글을 잘 쓰느니 못 쓰느니 할 필요가 없다. 혹 당사자가 없는 자리라면 모를까.
금년에도 문예대전 관련하여 담당자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난 원고를 내지않겠다고 분명히 했다. 하지만 소속 직장의 실적 문제가 있으므로 딸에게 연락을 했다. 문예대전 응모 자격이 '본인이나 가족'에 해당되기 때문에 딸도 자격이 되는 셈이다. 그래 딸이 작품 세 편을 뽑아 응모한 걸로 안다. 어떤 글인지 무슨 내용인지 나는 모른다. 딸아이를 마지막으로 본 게 지난해 인천문협 송년회장이었다. 그 후 정식으로 만난 적이 없다. 함께 살지 않기 때문이다. 한때는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가서 아이의 일상을 확인하기도 했지만 아비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주제에 성인이 된 딸의 사생활을 훔쳐보는 것 같아 발을 끊었다.
인천문협 사무국에서 금년도 문예진흥기금 지원사업 공고에 대한 알림 문자가 왔다. 불현듯 오래 전의 일이 생각난다. 인천문화재단이 구월동 신세계백화점 건너편에 있을 때 문예진흥기금을 신청한 문인들이 2-3명씩 문화재단측이 선정한 심사위원들 앞에서 면접을 받았던 일... 문학 부문 심사위원으로 초빙된 인하대 홍O선 교수(작가회의 소속)가 양복 상의를 의자 등받이에 걸쳐놓고 와이셔츠 차림으로 앉아 마주한 우리를 대기업 면접관 새끼 모양으로 꼬나보며 이것저것 캐묻던 기억이 난다. 금속테 안경을 손 끝으로 잡고 책상에 괸 자세로 간당거리며 가는 실눈으로 사람을 바라보던 그는 흡사 영화 속의 왜놈 쪽바리 관상이었다. 대기시간까지 적지않는 시간을 소비하고 나오니 남동구청 단속요원들이 차량 앞 유리에다 불법주정차 딱지를 붙여놓았다.
'개새끼들~!'
혼자 욕을 뱉고 그대로 악셀레이더를 밟았다.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수모였다. 물론 그 해 문예진흥기금 수혜자 명단에 들지 못했다. 당시 홍O선 교수는 큰딸의 스승이기도 했다. 큰딸이 인하대 국문과에 재학중이어서 기분이 묘했던 기억이 난다.
어쨌거나 인천문화재단에도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고 있다. 그동안 두 번이나 수혜를 받았으니 말이다. 점잖은 양반 자세로 미사여구 문체를 고수하며 간간이 명사들의 명언을 인용하여 쓰는 글이 좋은 글이라는 세간의 인식 -실제로 그런 산문이 좋은 글이라고 강조하는 교수가 있었다-을 넘어 육두문자나 툭툭 내뱉는 글을 뽑아주었으니 말이다. 당연히 내 글을 심사해준 심사위원께도 감사드린다. 육두문자가 들어갔다고 질이 떨어진다면 남녀의 리얼한 섹스 장면을 3페이지나 할애하여 묘사한 김한길 님 장편 <여자와 남자>는 포르노에 해당하리라. 말이 빗나갔지만 문예대전은 그야말로 순수 아마추어들의 경합의 장이길 바란다. 그래야만 문예대전의 기조와 일치한다. 올해도 좋은 작품들이 대거 응모하여 빛나는 영예과 함께 문예대전의 격을 한층 드높일 수있는 계기로 삼길 바라는 마음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