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삼 국회의원을 기억할 줄 믿는다. 사성(四星) 장군 출신으로 육군참모총장을 지냈다. 육군 소장으로 예편한 동생 이진백 님도 정보사령관을 지냈다. 두 분은 내 고향 은산 출신이시다. 아버지 계실 때 이진삼 어른과 막역하여 나도 직접 전화를 드린 적이 있다. 그 분은 또 우리 학교 직속 선배님이시다. 현역 부여&청양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70대 중반의 국내 최고령 정치인이다. 이 분의 사이트에 가보면 취미가 유도이고 특기가 태권도라 적혀 있다. 고향 어른들 말씀에 의하면 '어릴 적의 이진삼은 자그마한 체구에 아주 똘똘했고 운동을 잘했으며 장난도 심했다'라고 술회하신다. 사진에서도 인상을 읽을 수 있다.
이 분이 국회 국방위에서 당시 해군참모총장과 이상의 합참의장에게 군번줄을 걸었으냐고 물은 뒤 매지 않았다는 두 사람을 향해 거의 반말조로 호통치던 모습이 떠오른다. 고압적인 반말투로 군의 기강해이가 윗선에서부터 시작됐다고 일갈하던... 군인에게 군번줄은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점호시간에도 곧잘 검사받곤 하던 군번줄의 중요성을 잘 알지만 정작 검열하는 지휘관들은 차지 않은 경우가 많아 장병들이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천안함사건 때에도 호통을 쳤다. 국회 청문회에 나와 천안함 사건 당시 병사들이 휴대폰을 소지하고 있었던 점을 지적한 뒤 지휘라인의 문제점을 빗대어 '소신껏 조치하고 보고하고 책임지라면 깨끗이 옷 벗고 나와! 우린 그랬어'라고 소리쳤다. 군번줄 가지고 말대답하는 김태영 국방장관은 군인다운 눈빛이 결여되어 있다. 말하는 태도 역시 불성실하다. 장관의 체통은 지키고 싶어가지고...
이번에 소말리아 해적 진압작전을 두고도 이 의원은 국회에서 국방부 잘못을 질타했다. 소말리아 해적 진압작전에 군 기밀에 해당하는 부분을 지나치게 유출한 점을 따끔히 지적했다. 국방부의 처신은 당연히 잘못됐다. 홍보 범위를 넘어 UDT대원들의 기밀사항까지 취급한 부분을 반성해야 한다.
이진삼 의원의 고압적인 말투에 대체로 고분고분한 것은 어쨌거나 옛 선배에 대한 깎듯한 예우에서 비롯되지 않나 싶다. 말하자면 선배의 충고를 후배의 입장에서 경청하는 차원인 것이다. 70대 중반의 최고령 정치인 뒤에 도사리도 있는 OO노인회 같은 최강(?)의 단체도 염려되리라. 어른들에게 '싸가지 없이' 밉보여 이로울 게 없는 정치인의 목숨이다. 파고다공원 혹은 경로당에서 노인들 입을 통해 전달되는 여론의 파급효과는 실로 대단하다. 말대답이나 말대꾸 없이 조용히 듣고 있는 게 상책이다.
노병의 입을 통해 현재의 안이한 모습들이 지적되는 현상은 바람직한 결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어쨌거나 좋은 점들을 절충하고 보완하여 더욱 발전된 대한민국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정치인들의 고뇌와 책임있는 대화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