료지 마츠오카에 관한 기억은 낯설지 않다. 김해 사는 분으로부터 료지 마츠오카를 구입해 사용한 적이 있은데 굳이 남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우수한 성능을 지닌 악기라는 다수설에 이의 없다. 일본인들의 꼼꼼하고 섬세한 장인 정신이 그대로 배어있는 기타이다. 료지 마츠오카의 전성기는 70년대 후반 혹은 80년대 초반으로 볼 수 있다. 지금은 그의 아들이 대를 이어 제작하고 있다. 단단하고 똘망똘망한 선율... 비싼 기타가 아님에도 소리가 뛰어나다.
영주에 사는 분이 악기를 내놓겠다 하여 몇 번 통화한 끝에 대구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KTX는 오전 10시 16분 발이었다. 집을 나서니 바람이 차갑다. 꽃샘추위...
동대구역사 2층 커피숍...
점심 식사 겸 역전 식당에 들러 꼬리곰탕을 시켜놓고 기타를 꺼냈다. 현장 645mm의 조금 작은 몸집이었다. 하지만 그 울림은 크고 단단했다. 대구라는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마음이 아늑하고 편했던 기억...
밥보다도 기타... 소리가 좋은 악기는 실증이 나지 않는다.
저렇게 놓고 1인분에 1만원을 받는다. 원가 3천원도 아까운 음식이다. 저런 식당은 처음이다.
수저를 내려놓고도 몇 곡... 기타는 정말 좋은 악기이다.
역사로 향하는 육교 계단...
아직 시간이 있다. 역광장에도 바람이 차다. 대구 날씨도 쌀쌀했다. 인천보다는 덜했지만 꽃샘추위라는 느낌만은 분명했다.
다시 2층 그 커피숍으로 올라갔다. 열차는 아직 멀었다. 시간을 좀 당기기로 했다.
열차를 기다리는 커피숍에서 다시 기타를 꺼냈다. 품에 쏘옥 들어온다.
료지 마츠오카...
친필 사인... 30년이 넘었을 것이다.
김효선...
효선아, 이렇게 입력하면 인터넷으로 검색할 때 이 글이 뜨겠지? 2009년 조선일보 논픽션 부문에 당선되었음을 종택이 전화를 받고 알았다. 지금도 그 아파트에 살고 있는지... 세월이 쏜살같이 흘렀다. 네 눈가의 작은 흉터가 생각나는구나. 엷은 그늘이 드리워진 눈빛도... 조만간 서점에 들러 꼭 사 읽을게. 고생 많았다. 슬프겠지만, 힘내고 열심히 살자. 종택이가 출판사로 전화를 했다하니 연락해서 한 번 만나자. 말을 전해들으며 가슴 뭉클했다. 하필 종택이 학급 여학생이 네 책을 읽을 줄이야!
김효선, 울지마 죽지마 사랑할거야 : 도서출판 '21세기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