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記/Pen 혹은 文學

찔레꽃

펜과잉크 2011. 6. 4. 23:37

 

 

   찔레꽃

                     류종호

 

 

이 땅의 외지고 외진

산비탈 돌 틈을 비집고

하얀 소복차림으로

눈 익어 오는 것들

 

벌 나비 짝해 데불고

다디단 입맞춤으로 젖으며

보잘 것 없는 사랑의 시대

맑게 깨우치는 것들

 

세상엔 아직도

한 무리의 사랑이 저렇게 펄펄 살아서

짬도 없이 허리 굽힌 하루를

선들바람으로 토닥이는구나

 

사람아,

사랑은 이렇게 가난한 자의 땅에도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오나니

내 사랑을 익히지 않고

저렇게 펄펄 살아보지 않고는

떠나지 못하겠구나, 죽지 못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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