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비록 인천에서 멀리 떨어진 전방 소읍에 와서 이 글을 쓰고 있지만 곡괭이에 대해 몇 자 긁어야겠다는 사명감엔 변함이 없습니다. 곡괭이는 딱 말해서 무식하게 생겼어요. 우직하다는 표현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한 방 찍으면 차돌멩이 바윗돌도 '팍' 쪼개질 것 같은 날카로운 연장입니다. 괭잇날이 'ㄱ'자(字) 형태를 가진다면 곡괭이는 영어 'T'를 연상케 합니다. 양쪽 날 끝이 살짝 고개 숙인 형태를 상상해보세요. 하긴 굳이 'T'자(字)를 강조하지 않아도 아실테지만 말입니다.
곡괭이는 삽과 괭이가 도전할 수 없는 박토를 찍을 때 쓰는 농구입니다. 땅에 박힌 이따만한 돌뿌리를 캐어낸다는가 할 때 동원시킵니다. 돌 틈새를 잘 노려 한 방 멋지게 휘둘러 찍어 뿌리를 뽑아 내는 것입니다. 중량감 있는 연장이라서 어지간한 장정은 몇 번 휘두르다 힘에 부치기 쉽습니다.
군대에서는 곡괭이를 다용도로 사용했습니다. 침상 바닥이나 천정속에 감춰 뒀다가 가끔 기합을 시킬 때 써 먹었으니까요. 엎드려 뻗쳐를 시켜놓고 곡괭이자루로 엉덩이를 두들겨 패요. 곡괭이자루라고 하니 겁부터 먹을까 싶습니다만 실상 곡괭이자루는 마대자루나 기타 몽둥이보다 통증이 떨어집니다. 곡괭이자루가 엉덩이를 향해 내려올 때 엉덩이를 살짝 조율하면 통증을 반감시킬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매질의 율동을 타는 셈입니다.상당한 기술이 필요합니다만 수시로 얻어맞다 보면 일종의 요령으로 정착되기 마련이지요. 곡괭이자루를 5파운드 어쩌고 하는 얘기가 군대에서 시초된 걸로 압니다.
앞서 괭이를 말씀드렸는데요. 밭에서 쓰고 집안 마당에 내던진 괭이는 무심코 노는 아이들이 밟을 경우 자루가 '부웅' 일어서며 마빡을 '따악' 때리는 수가 있으니 반드시 연장간에 걸어 두십시오. 뒤통수같은 데 맞으면 몇 시간동안 아무 정신이 없습니다. 제 말이 믿기지 않으면 한 번 해보세요. 괭이를 마당에 놓고 발로 무심코 괭잇날을 밟는 것입니다. 그럼 땅바닥에 누워있던 자루가 부웅 뜨면서 어디를 '따악' 때릴 거예요.
곡괭이는 삽이나 괭이처럼 다방면으로 쓰이는 연장이 아닙니다만 꼭 써야할 때 없으면 동네를 뒤져서라도 빌려와야 직성이 풀리는 묘한 연장입니다. 개간할 때 산언덕 흙속에 묻힌 돌을 골라낼 때 요긴하게 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