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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들의 행진

펜과잉크 2005. 5. 21. 01:05
새디스트들은 거의 야윈 체격이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야윈 체격이 반드시 새디스트라는 말은 아닙니다. 큰일 날 소리입니다. 저희 직장엔 체중 140kg가 있습니다. 용인대 유도 선수 출신입니다. 이 직원은 반드시 좌변기에서만 용변을 봅니다. 제가 양복바지를 입고 출근하던 날, 1층 화장실 좌변기(장애인 겸용)에 앉아 일을 치르는데 누가 다급히 문을 두드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래 단순히 똑똑 응답해주는 식으로 해놓고 계속 일을 보는데 바깥에서 '아이고~'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바로 그 140kg짜리였습니다. 안에 누가 있는지도 모르고 다급히 혼잣말을 하더군요. "아이고, 나는 좌변기 아니면 똥을 못 누는디..." 장애인 겸용 좌변기 화장실이 오직 하나인 결과였습니다. 하루는 그가 관용차를 타고 구월동 길병원 응급실로 비상출동을 가다가 석바위사거리에서 봉고 트럭에 옆구리를 받쳐 차량이 전복됨과 동시에 기절을 하는 사고가 생겼는데요. 119 구급대원 네 명이 겨우 들어서 차에 실었답니다. 축 늘어진 140kg를 상상해보십시오. 아까 좌변기 얘기를 했는데요. 그 직원은 뒷처리를 할 때 휴지를 뒷쪽으로 닦아 마무리하는 게 아니라 앞쪽에서 손을 밑으로 넣어 닦는다고 해요. 그러니까 보통인들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휴지를 닦는 것입니다. 뒤쪽으로는 팔이 닿지 않는답니다. 인천체전 졸업생 중 허벅지 사이즈가 28인치 짜리 직원이 있습니다. 어지간한 여성 허리 사이즈보다도 굵은 허벅지입니다. 태권도 90kg 이상 무제한급에 나가 트로피를 따오곤 하는 직원이었습니다. 이 직원이 겨울에 화장실에서 제대로 앉지를 못하고 반쯤 취한 상태로 용변을 보다가 얼음을 잘못 밟아 풀썩 주저앉은 사건은 지금도 항간에 회자되고 있습니다. 화장실에서 그를 끌어낸 3명의 직원중에 저도 있었기 때문에 확실히 기억을 합니다. 그 직원이 60년생 쥐띠라서 한살 어린 저랑 무척 각별히 지냈거든요. 그의 하소연은 세상의 화장실이 좁다는 것이었는데, 앞으로 조금 옮겨 앉으면 벽에 이마가 닿고, 뒤로 후진하면 엉덩이가 닿아 당최 편한 자세가 불가능하다는 푸념이었습니다. 그는 결국 엉거주춤한 자세로 일(?)보기를 생활화하다가 치질을 앓고 오환진의원 항문과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엄청난 덩치입니다. 아까 140kg짜리는 아침마다 베낭을 메고 수건을 목에 두른 채 걸어서 출근을 합니다. 비곗살과의 전쟁이랍니다. 근데요. 사무실에 출근하면 어떻게 하는지 아세요? 흠쩍 젖은 몸을 샤워한 후 곧장 하는 일이 폭식입니다. 빵을 사다가 꿀꺽꿀꺽 몇 개를 삼켜버려요. 그러니 출근길 전쟁(?)이 도루묵이 되는 셈이지요. 못 먹게 말리면 눈에 살기가 들어요. 사람들이 다소 야위었다고 말하는 제 허리 사이즈를 밝히면 믿지 않으실 겁니다. 집 근처에 헬스체육관이 생겼다고 하니까 며칠 내로 등록해서 운동해야겠어요. 마음 먹으면 할 수 있다고 자신 합니다. 이 나이에 돼지가 될 순 없어요. 새벽에 잠깐 들러 후딱 쓰고 갑니다. 진짜 속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