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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기행

펜과잉크 2005. 5. 23. 00:41
오늘, 아니 어제 남양주 공병부대에서 일병으로 복무중인 아들을 면회하고 왔습니다. PX에서 '군납' 낙인이 찍힌 면세품 술도 몇 병 사왔습니다. 역시 싸더군요. '군납'이라는 낙인이 향수를 자극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저는 면회실 창문을 통해 그곳 부대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면밀히 살폈습니다. 3-4명이 이 동을 하면서도 대열을 짓는 모습이 군인의 군기를 가늠 짓는 척도쯤으로 인식되어 매우 흡 족했습니다. 며칠 전, 조선일보 지면에 실린 남북개성회담 당시 남측 기자가 찍은 북한 군인들의 흐트러 진 모습 같은 건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우리 국군 장병들이었습니다. 신문에 실린 북 한군은 상의 단추를 열어놓고 대열도 짓지 않은 채 동네 마실가듯 이동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북한군에겐 군화가 없습니다. 통일화라고 하여 군화보다 목이 짧은 단화를 신습니다. 군화 비슷한 부츠(끈이 없음)가 있습니다만 오직 장교들만 신을 뿐입니다. 엊그제 사진에서 도 여전히 통일화 차림이더군요. 오후 내내 부대에 있다가 왔는데요. 마지막으로 부대 정문에 차를 정차시키고 출입증을 반 납하던 중 상병 하나가 담배를 꼬나물고 계속 뻣뻣이 쳐다보길래 '얀마, 담뱃불 꺼!' 해버렸 어요. 졸병의 부모까지 졸병 대하듯 하는 태도에 울화통이 터졌습니다. 자식 같은 '새낑이'가 시건방지게 담배를 꼬나물고 뻣뻣이 쳐다봐요? 담뱃불 끄지 않았으면 제 성질에 그냥 오지 않았을 겁니다. 오는 길에 모내기하는 논을 봤습니다. 요즘은 논두렁을 하지 않고 곧장 기계로 모를 심는 것 같더군요. 옛날엔 논두렁 하는 품만 며칠이 걸렸습니다. 앞에서 쇠스랑으로 뻘 흙을 찍어 올려놓고 발로 질겅질겅 밟아 다져 삽날로 미장 처리를 하면 끝입니다. 엉성하게 해놓으면 아버님이 보시고 단번에 뭐라고 하셨어요. 하루종일 두렁질 하고 와서 누우면 꼴깍 기절하 다시피 잠이 들었습니다. 아들의 부대 면회실 바깥 숲에서 들리던 뻐꾸기소리가 그립네요. 지금은 깊은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