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학년 쯤으로 기억됩니다. 공부를 마치고 학교 근처 친구 집에서 놀다가 저녁 무렵 집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혼자 책보를 메고 개울 뚝방을 걷게 됐습니다. 마을에서 떨어진 외진 뚝방이었습니다. 맞은편에 나뭇짐 하나가 보였습니다. 김영근이란 청년이었습니다. 전 긴장을 했습니다. 그는 아녀자를 겁탈한 죄로 감옥까지 갔다온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잡혀가던 날, 교문 앞에서 경찰이 수갑을 채우면서 따귀 몇 대를 올려부치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오금이 떨리는 걸음으로 조심조심 걸었습니다.
"야!"
그가 불렀습니다. 흠칠 놀라 그를 건너다 봤습니다. 그리고는 못본 척 걸음을 재촉했지요.
"야!"
아까보다 더 큰 소리가 들렸습니다. 전 마구 뛰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발 밑에서 뭔가를 집어 제쪽으로 팔매질을 하였습니다.
'따악!'
그건 다름아닌 돌멩이었습니다. 아이 주먹만한 돌멩이가 개울을 건너 날아와 제 책보에 정통으로 맞는 순간이었습니다.
"씨이..."
전 사력을 다해 뛰기 시작했습니다. 한참 달리다 보니 그가 멀뚱한 폼으로 바라보고 있더군요.
고등학교 2학년 때, 은산사거리 정류장에서 그를 보게 됐습니다. 낮술에 취해 버스를 기다리는 중이었습니다. 그 새 나이가 들어서인지 초췌해진 모습이었습니다. 전 친구 규일이에게 가방을 맡기고 그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리고는 넋놓고 있는 그의 얼굴을 몇 대 갈겼습니다. 아무 소리없이 그냥 갈겼습니다. 눈 깜짝할 새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전 쏜살같이 도망쳤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가방을 들고 다녔는데 돌팔매사건 무렵엔 무슨 이유에서인지 책보를 메고 다녔습니다. 그때 만일 책보가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돌멩이에 등짝을 맞아 온전치 못했을 것입니다. 참으로 아찔한 사건입니다.
조금 전, 어디에 실린 글을 읽다가 책보 얘기가 있어 먼 옛날 어릴적 경험을 회상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