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열시 경, 신천리 소래산 아래 길에 차를 세우고 친구랑 커피를 마시다가 목격한 장면입니다. 인천대공원 후문 지나 신천리쪽으로 조금 더 가서 부천 방향으로 좌회전하는 도로에서의 일입니다. 오늘 안 건데 그 길에 아베크족의 소유로 보이는 차들이 여러대 서 있더군요. 한적해서 데이트하기 좋을 것 같더라구요.
근데 한적한 그 길에 웬 청년이 서성이는 것이었습니다. 전 직업근성이 도져 그를 주시했지요. 약간 덜 떨어진 듯한 청년이었습니다. 잘 보면 지극히 정상인 듯한 놈이었어요. 그는 자동차 앞쪽으로 다가가 차 안을 기웃대는 것이었습니다. 차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되게 궁금했나 봐요. 여러대의 차를 빼놓지 않고 그런 식으로 안을 훔쳐보는 것이었습니다.
뉴 그랜져 승용차도 빼놓지 않더군요. 일부러 앞으로 접근하여 운전석쪽에서 안을 살피는 것이었습니다. 제법 심도(?)있게 살피더군요. 그 순간 뉴 그랜져 운전석 문이 열렸습니다. 벌컥 열렸습니다. 전 친구와 함께 신경을 곤두세우고 다음 상황을 기다렸지요. 차안에서 내린 건 다름아닌 '깎두기'였습니다. 잘 다듬어진 깍두기 말입니다.
"야, 이 씹새꺄! 어딜 쳐다봐. 눈깔을 확 파 버릴까 보다."
깍두기가 냅다 면상을 날리자 녀석이 꼼짝없이 당하더군요. 녀석이 대항을 못하자 깍두기가 더욱 고무된 자세로 바수기 시작했습니다. 욕도 잘하고 주먹질도 잘하더군요. 다른 일도 썩 잘할 것 같았습니다.
그 녀석 참 이상한 놈입니다. 그 야밤에 인적없는 도로를 서성이며 남의 차안을 살피니 말입니다. 이상하게도 친구랑 먹은 저녁밥이 금새 소화되는 심정이었습니다. 속이 확 풀어지더군요. 그 놈 참 잘 맞았습니다. 깍두기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기분 되살려서 멋진 밤 보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