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자마자 사촌동생으로부터 작은아버지가 위독하시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경희대의료원에 입원해 계시다고 하네요. 중풍으로 서지도 앉지도 못하고 말씀도 못하신다고 합니다. 그냥 병원측에 모든 걸 일임하고 기적이 일어나길 바랄 뿐이라고 해요. 수십년을 홀로 사신 분의 말년이 저러니 안타깝습니다. 집안에서 작은어머니와의 재회 기적을 기다렸는데 끝내 안되는군요.
통화를 맺고 고향집 어머니께 전화를 드리자 대뜸 신상 편치 않은 말씀을 하십니다.
"아이고, 그 작자 끝내 그렇게 되는구먼. 근래는 네 큰아버지께서 수렁들 논둑에 어울리지 않는 의자를 갖다놓고 하루종일 앉아 있곤 혀서 징조가 이상허다 혔더니 이런 일이 터지는구나. 논에 웬 백조는 그리도 날아와 앉아 쌌는지... 내가 함평 이가 집안이서 시집 와 갖구 애들 낳구 살면서 한 집안 망하는 거 잠깐이구먼. 그나저나 그 도련님 안됐네."
이웃마을 큰아버지도 팔순 연세로 치매를 앓으시는 것 같습니다. 그 몸으로 아직 농사를 짓고 계시니...
새벽 네시만 되면 기상하시어 지축이 울리도록 뽕짝 전축을 틀어놓고 담배를 피워대시는 아버님도 언제 어떻게 되실지 불안합니다. 한 번은 안성의 매제가 고향집에서 자다가 기겁을 했다고 합니다. 새벽에 웬 뽕짝가락이 쿵쿵 터져나왔던 때문이지요. 아버지는 곧 밖으로 나가 경운기나 오토바이 시동을 걸어 들판 한바퀴를 둘러보시는 일로 일과를 시작하십니다. 제발 그 건강이 오래가시길 바랄 뿐입니다.
큰아버지, 큰어머니, 아버지, 어머니, 작은아버지, 33년전에 쫓겨나 영감탱이 첩(妾)이 되신 작은어머니, 막내작은아버지, 막내작은어머니... 부디 강녕하소서. 간절히 기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