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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포천길

펜과잉크 2005. 6. 9. 17:49
주말 경기도 지역은 막히는 도로가 많다. 의정부에서 포천으로 향하노라면 의정부 시내 벗어나는 도로망이 정체로 허덕인다. 의정부는 포천 방향으로 몰라보게 달라져 있다. 고층 아파트를 시작으로 신흥도시가 자리잡고 있다. 오래 전, 그쪽으로 출장을 갔다가 밥 먹을 식당 찾느라 애를 먹은 기억이 나는데 지금은 쌔고 쌘 게 식당이다. 포천에서 고모리로 빠지면 라이브 까페가 도열해있다. 지인이 운영하는 업소에선 색소폰을 연주하기도 한다. 잘 분다. 오버액션이 문제지만... 색소폰 불면서 무슨 폼을 그리 잡나? 연주력이 중요하다. 포천에서 올 땐 의정부쪽 도로 말고 양주로 가는 이정표를 따라갈 필요가 있다. 이 도로는 산간으로 뻗은 굽이길이지만 스릴 만점의 도로이기도 하다. 정상을 넘어 내려오면 저만치 남양주 시내가 보인다. 그럼 그쪽이나 적성쪽으로 향하지 말고 장흥유원지로 가는 산악도로로 접어드는 게 좋다. 시골 도로와 산간도로를 번갈아 달리다가 전차 장벽 콘크리트 설치물을 빠져나와 장흥유원지 가는 고갯길을 달리게 되는 것이다. 시간이 나면 포천에서 동두천으로 가는 길을 택해서 오는 것도 좋다. 동두천엔 미제 오리지널 라이반과 지포 라이터를 살 수 있는 상점들이 있다. 짝퉁이 아니다. 전투기 조종사들이 쓰다가 빼돌린 라이반 같은 건 잘 고르면 수지맞는 장사다. 철원 갔다가 군사도로를 경유해 오면서 살점이 오싹오싹했던 기억이 난다. 민가로부터 떨어진 거대한 산의 중턱에 차 한 대 빠져나갈 터널을 뚫어 대낮에도 헤드라이트를 켜야 했는데, -지역 주민들은 이용하지 않는 것 같았음- 터널 중간쯤 이르자, 차의 엔진소리가 어찌나 큰지 무슨 귀신이 우는 소리 같았다. 순간 산이 그대로 주저앉을 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하는 것이었다. 터널을 빠져나오자 급경사 돌밭길 내리막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금이 떨렸다. 진짜로 겁났다. 기어를 중립에 놓고 기어브레이크와 오토브레이크를 병행하였는데 살짝 밟아도 차가 스스스슥 미끄러져 그야말로 식은땀이 송글거렸다. 겪어본 사람만이 그 심정을 안다. 아무튼 경기도 북부 혹은 강원 일부엔 원시 그대로의 형태를 간직한 곳이 있다. 더러 있다. 과거엔 연,포천과 청,가평을 경기도 오지로 꼽았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부동산 경기로도 한 몫 노릴 수 있는 지역으로 부상했다고 들었다. 퇴근시간 임박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