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부서에 근무하니 가끔 빽이 들어온다. 놈들, 파출소로 쫓겨나가 있을 땐 전화 한 통 없던 것들이... 입에 침을 바르고... 잘 봐줘야 할 것한테 어떤 신세를 졌길래 잘 봐달라 잘 봐달라 사정을 하나? 나 같은 사람한테도 아쉬운 소리를 하고 자빠졌는 족속들이 있으니, 세상 참... 잘 봐줄 게 어디 있나? 법대로 원칙대로 하면 되는 것이다.
나는 안다. 내가 또 무슨 일로 한직으로 가게 되는 일이 있으면 저 놈들은 전화 한 통 없을 것이다. 늘 그랬다. 예전에 강력1반 있을 때에도 요즘처럼 전화가 많았다. 하지만 과장이랑 한바탕 하고 파출소로 가니 신기할 정도로 전화가 없어지더라.
내가 돈을 먹을줄 아냐, 술을 먹을줄 아냐, 여자를 꼬실줄 아냐? 다 싫다. <구월생삽겹> 집에서 5,000원짜리 김치찌개를 먹더라도 내 돈 갖고 떳떳이 쓰는 게 편하다. 뭘 못해서 남한테 신세를 지냐? 더러운 돈... 조금 부족해도 내 돈 쓰고 다니면서 색소폰이나 불고 기타나 뜯으면 만사 오케이다.
문인들 중에도 빽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 자질 부족한 사람이다. 그러면 못 쓴다. 예를 들어 자식이 음주운전을 하다가 걸렸으면 처벌 받아야 마땅하다. 왜 나라에서 하지 말라는 짓을 하는가? 국민이면 지켜야 하는 것이다. 법이 싫으면 이민을 가든가 국회로 가서 개정을 하든가...
오늘도 점심을 먹자는 사람이 세 명이다. 내가 무슨 위대한 사람이라고 밥을 먹자 하는가? 아쉬운 게 있으니 만나고 싶어하는 것이다. 세 명 모두 적당히 얼버무렸다. 딱 잘라 말하면 서운하다고 뒤에서 호박씨 깔지 모르니 고운말로 대답해주는 것이다.
이 부서에 있는 한 양심에 구린 짓은 하지 않겠다. 어려서부터 아버님이 '도둑질 하지 말고 남한테 해 가는 짓 하지 말라'고 하신 말씀을 끝까지 지킬 것이다. 그래야만 훗날 고향에 가서 부모님을 똑바로 뵐 수 있다. 그들에겐 미안하지만 난 오늘도 약속이 있다. 색소폰 리페이어 문제로 종로3가에 가야 한다.
수당으로 지급된 27만원을 통장에서 살짝 인출하여 혼자 전철을 타고 이런 저런 상상에 젖어 행복해하거나 혹은 심각해하면서 서울로 갈 것이다. 이런 나를 어떤 사람들은 대단히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눈이 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