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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비

펜과잉크 2005. 6. 15. 01:22
바람 불고 비 내리는 날은 흔치 않다. 바람이 불거나 비가 내리거나 하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밤은 바람과 비가 함께 요란하였다. 이 밤의 정취는 특별해서 바람이나 쐴까 나갔다가 교사(校舍) 축대 빈가(貧家)의 담에 기대어 선 옥수수들이 저마다의 댓궁으로 '우' 흔들리며 몸비비는 소리를 듣고 온다. 축대보다 높이 쑥쑥 자란다. 펄펄 나는 것 같다. 희미한 전등빛 저만치서 또 무엇이 자꾸만 흔들리고 있다. 사람도 간판도 방견(彷犬)도 조각난 장난감도 바람따라 그저 흔들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