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은 오래 전부터 무인(無人) GP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국방 시스템이 현대화된 지금 굳이 GP를 운영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인다. 상호 비무장지대라고 선언해놓고 가장 중무장된 병력을 대치시켜놓은 GP부터 없애는 문제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GP는 지형에 따라 크기와 시설이 달라지지만 해당 부대의 관심도에 따라 복지상황이 하늘과 땅 차이인 것 같다. 실제로 TV에 방영된 어느 GP에선 자동차가 닿을 수 없어 계곡 아래까지 케이블을 늘어뜨려 도드레에 박스를 달아 군량미를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계곡 아래 장병들이 박스에 식량을 달아 신호하면 위에 있는 장병들 여럿이 줄을 당겨 올리는 형식이다. 그런 곳의 복지수준이 어떨까 생각하니 얼른 답이 나오지 않았다.
GP가 적군의 침투동향을 관측하는 첨병역할이라면 무인처제 시스템으로도 충분하다. 부비트랩(Boobytrap) 같은 걸 설치해놓아도 현 체제 못지않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확신한다. 나머지는 레이더 기능으로 보완하면 된다.
부비트랩은 수류탄 안전핀에 낚시줄을 연결시켜놓아 건드릴 경우 자동으로 폭발할 수 있게 한다든가 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겠다. 크레모아를 침투방향으로 설치해놓고 잭을 발 밑에 위장해놓아 밟을 경우 몰살시키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크레모아는 수류탄이나 지뢰와 같은 폭탄무기인데 일종의 산탄총이라 해도 틀리지 않다. 반원형 도시락만한 물체인데 앞쪽엔 탄환이, 뒤쪽엔 화약이 장착되어 잭이 눌리는 즉시 폭발하면서 수백발의 탄환이 동시에 45도 전방 각도로 튄다. 다수 적군이 돌격해올 때 가장 효과적이나 야음을 틈탄 소수 침투시 대처에도 용이하다.
크레모아는 필자의 현역시절, 최전방 야간작전중 대원 하나가 비트 밖으로 나오면서 무심코 잭을 누르는 바람에 전방을 수색하던 대원 몇을 그로기(groggy)시킨 무기이기도 하다. 그때 산화한 전우중 필자보다 입대가 일주일 늦어 동기처럼 지냈던 유시태 대원의 명복을 다시 한 번 비는 바이다.
현대전에서 GP의 효용가치는 얼마나 될까? 거의 없다고 본다. GP의 몫을 채우고도 남을 신종 화기들이 무수히 개발되거나 개량되었다. 이제 GP는 별무소용이 되어버렸다. 최전방 방위 시스템을 전면 뜯어 고칠 의향은 없는지... 개혁(改革)의 참여정부 시대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