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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과잉크 2005. 6. 24. 23:44

천경자 님의 과거 그림엔 뱀을 소재로 하는 예가 많았습니다. 머리에 꽃을 꽂은 소녀 옆에 커다란 뱀이 있는 작품도 생각납니다. 언뜻 고갱처럼 뭉뚝한 솜씨 같지만 민족적 정서에서 공유되는 점은 고갱보다 나았습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입장을 말씀 드리는 것입니다.

천경자 님 글에 남편 얘기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물론 까마득한 옛날, 그 분이 일선에서 꽤 인기(?)를 누리던 시절의 글입니다. 놀랍게도 그 분은 남편이 가출을 하였다고 썼으며 그 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과연 천경자 님 남편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요? 여자 말만 믿을 게 못되지만 말입니다. <별을 손에 쥔 여자>처럼 여자들이 감정에 치우치면 자기중심적 틀을 깨지 못합니다. 속박당하게 되는 거죠. 온통 자신의 입장만 정당할 뿐, 상대방은 납치범에, 강간범에, 가정폭력배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과 수 천 날을 살아놓고 말입니다. 한계입니다.

배암, 진디, 아니 뱀 얘기를 하려다 말이 새었습니다. 우리나라 산야 초림에 기생하는 뱀은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초가 용마루에 똬리를 틀고 자는 뱀(구렁이)이 있는가 하면, 뱀(화사, 물뱀)을 잡아먹는 뱀(살모사)도 있습니다. 알을 뱃속에서 부화하여 새끼를 낳는 뱀(살모사)도 있습니다. 5-10개 가량의 알을 까는 뱀도 있는 걸로 압니다. 우리나라엔 없는 뱀(킹코브라)이지만 말입니다.

산야 초림에 기생하는 뱀 중 독이 많은 뱀은 살모사(살무사라고도 부르는 걸로 앎), 독사(직접 본 적은 없지만 '꺼치독사'는 내리막을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걸로 알려져 있음. 사막을 달리는 가속도 붙은 뱀만큼 빠를 것 같음. 자세한 건 모름)로 크게 나눌 수 있습니다. 위 두 종은 심심찮게 발견되는 뱀으로 독사가 훨씬 높은 치사율을 보인다고 합니다. 살모사 독은 사람의 생명에 직접 영향이 없다고 하거든요.(그래도 물리면 안됨. 노약자나 임산부에겐 치명적일 것 같음)

덩치면에서도 살모사와 독사는 다릅니다. 살모사는 실뱀에 가까우리만치 가는 것도 있어요. 근데 독사는 굵고 강하게 생겼습니다. 두 종 모두 삼각형 대가리(두상)를 보이고 아구쪽이 넓으며 우람하게 생겼습니다. 살모사는 피부가 검으탱탱하면서 잿빛이지만 독사는 악어 가죽을 연상케 할 정도로 거칠고 투박한 형태를 띱니다. 힘도 독사가 더 세게 생겼습니다.

과거 까마귀가 많던 시절, 봄에 뱀구더기(뱀은 한데 모여 겨울잠을 자는 습성이 있음. 따라서 봄철 겨울잠에서 깨어날 즈음 땅에서 나온 뱀들이 무리로 똬리를 튼 형상을 보이곤 함)쪽에 까마귀들이 땅을 비집고 나온 뱀을 물고 공중으로 날아가는 장면을 여러번 보았습니다. 까치도 한 몫 거듭니다.

1983년 가을 초입, 강원도 화천군 간동면 용하리 파라호 언덕에서 훈련을 받다가 고지 고봉의 토치카(원래 그곳엔 미군부대가 있었음. 따라서 토치카도 미군부대 시설임.)에 오를 일이 있었는데, 토치카 안에 까마귀들이 물어다 놓은 뱀들이 득실거렸던 기억이 나네요. 까마귀들이 물어다 놓고 산 채로 방치해둔 뱀들이었습니다.

고향집 어머님도 독사 피해를 입으신 적이 있습니다. 전북 무주군 무풍면 덕지리라는 산간 마을로 사람 만나러 가셨다가 내려오시면서 발목을 물리셨어요. 현지 주민들의 도움(물린 부위를 절개하고 피를 뽑아냄)으로 온전하셨지요. 어머님은 생명의 은인이신 노인을 몇 번 찾아 뵙다가 작고하시면서 발길을 끊으셨습니다. 어머님 스스로가 관절염으로 먼 길을 걷지 못할 지경이 되셨으니...

덕지리! 저도 한 번 가봤는데 하늘만 빤한 산중이더군요. 고냉지 채소가 주농이었습니다. 대구쪽으로 난 산악도로가 기억 납니다만, 현지 주민 전언에 의하면 차도 무서워서 가다가 쉬는 구불텅길이라고 하데요. 대전에서 가는 도중 '나제통문'을 지난 기억이...

어제 고향의 밭에서 일하다가 본 살모사는 가는 몸통이었지만 살기만큼은 무서울 정도였습니다. 과거의 뱀은 병아리를 덮쳐 잡아먹기도 했습니다. 수탉한테 걸려 상황이 역전되곤 했지만 말입니다.

살모사든 독사든 부디 조심하고 사세요. 뱀은 풀섶보다는 양지쪽 마른 솔잎과 잡목 군락지에 많습니다. 위장하기에 유리하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부평공동묘지 풀섶에서 발견되는 뱀은 부여 야산에 터 잡은 뱀한테 걸리면 기력 한 번 못 펼 겁니다. 시골 뱀들은 정말 당차게 생겼거든요.

뱀 얘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