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안타까운 일

펜과잉크 2005. 6. 25. 16:45

제목이 평범함을 벗어나면 조회수가 많아진다. 하지만 이 글의 내용 역시 군대 이야기다.

우리가 특공부대 창설멤버로 차출되어 간 날이 1983년 5월 00일이다. 밤새도록 달려 설악산 깊은 계곡에 도착하자마자 처음으로 경험한 건 다름아닌 군화발이었다. 군화발이 퍽퍽 날아왔다. 난 예민한 성격이어서 훈련을 받다가도 군화발이 날아오는 환상에 깜짝 놀라곤 했다.

모 공수여단에서 온 상사 계급의 직업 군인은 대원들을 내무반 침상 끝선에 정렬시켜놓고 통로에서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며 올려차기로 대원들의 턱을 가격했다. 장신이라서 발이 닿지 않으면 살짝 도약하여 발차기를 하는 것이었다. 군화발이 허공을 올려찰 때마다 피가격자의 턱이 뒤로 탁탁 꺾이곤 했다.

특공부대 전우회에선 창설요원들을 깎듯이 받들어준다. 후배들은 창설 선배들이 고생을 가장 많이 했으리라 인정해주고 있다. 후배들과 통화를 하노라면 전화기 속에서도 "특공!" 경례구호를 붙인다. 순간 피가 더워지는 느낌을 받는다.

며칠 전, 모 특공부대장(준장)께서 상병 계급 병사를 폭행 -군화발로 정강이를 툭툭 차는 정조- 했다는 이유로 감봉 2월의 징계를 받았다고 한다. 네티즌들은 그 사건을 놓고 땀내나는 설전을 벌였다. 내 입장에선 답답하기 짝이 없다. 상병이 준장(One Star)을 징계먹인 꼴 아닌가. 준장이면 여단장이다. 그 부대의 최고 장(長)인 것이다.

이제 이 나라엔 군대도 군기도 없는 것 같다. 중국에 대적국(對敵國)이 있어 특수부대를 양성하는가? 주적개념이 분명한 우리나라에서 군대의 정통성과 위계질서가 무너져가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마침 오늘은 6. 25 발발 55주년이 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