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記/Pen 혹은 文學

'대~한민국1' 外 - 신현수

펜과잉크 2006. 1. 19. 20:08

요즘 세간에 문제의 시(詩)로 부상한 신현수 시인의 '대한민국1'과 '대한민국2'입니다. 국민행동본부를 비롯한 일부 보수단체에서는 신씨의 파면을 요구하고 있지만 일부 진보 단체는 반대의 입장을 표명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 됩니다.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측은 “신 교사는 5권의 시집을 낸 시인”이라며 “2002년 두 여중생을 죽인 미군을 구속시키지 못한 나라를 개탄한 시를 쓴 뒤 2004년 홈페이지에 올린 것을 2년이 지나 지금에 와서 문제삼는 것은 이상한 발상”이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한편 신현수 시인은 1989년 교직에서 해직됐다가 1994년 복직 했으며 현재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상임대표, 사단법인 지역복지센터 ‘나눔과 함께’ 이사장, 민족문학작가회의 인천지회장, 우리 땅 부평미군기지 되찾기 및 시민공원 조성을 위한 인천시민회의 공동대표, 6.15 실천단 인천본부 공동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대~한민국·1 
 

백주 대낮에
그냥 길을 걸어가다가 
남의 나라 장갑차에 깔려 죽는 나라, 
대~한민국.
앞서거니 뒤서거니 
친구 생일 잔치 가던 우리 딸 효순이, 미선이
둘이 한꺼번에  
미국 놈 장갑차에 깔려
두개골이 부서지고
내장이 터져서 죽는 나라,
대~한민국.
나, 초등학교 졸업장 밖에 없어요,
내가 딸의 영전에 향을 피워야 합니까, 꽃을 바쳐야 합니까, 
절규하는 아버지에게 아무 것도 해주지 않는 나라, 
대~한민국.
그러고도 아무 잘못 없다고,
사고를 낸 미군은
영내에서 정상적으로 잘 생활하고 있다고, 
방송에 나와 떠들어대도 아무렇지도 않은 나라,
대~한민국.
우리나라 안에서
남의 나라 놈이  
취재 중인 우리나라 기자를 
쇠사슬로 꽁꽁 묶고
온몸을 군화발로 짓밟아도 되는 나라,
대~한민국. 
우리나라 안에서
다른 나라 놈이 쏜 물대포에 
우리나라 사람이 맞아 쓰러지는 나라, 
대~한민국.
그런데 그 놈들에게 
거꾸로 표창장을 주는 미친 나라,
대~한민국.
태어난 게 너무 재수 없는 나라,
대~한민국. 
나라도 아닌 나라, 
대~한민국 
아 씨발, 
대~한민국.

 

 

 

 


대~한민국·2
     - 그래, 효순아, 미선아 다 너희들 잘못이야 


1

  운전병 마크워커 병장 "지금 상태는 아주 행복하다. 할 말이 없다. 이번 사고는 나의 능력 범위를 벗어난 어쩔 수 없는 사고였다. 한국은 아주 지내기 좋은 곳이다."
  판사 에드워드 오브라이언 중령 "여중생들에게 과실이 크다고 생각하면 니노 병장에게 조금의 과실이 있더라도 무죄에 해당한다."    
  변호인 로버트 브루턴 소령 "관제병 페르난도 니노와 운전병 마크 워커가 관제병과 운전병으로서 의무를 다했고 시간이 짧아 불가피한 사고였다. 피고인들은 위급한 상황을 맞아 취해야할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미 8군사령관 켐벨 중장 "공정하고 편견 없는 재판이었다. 우려되는 (한국민들의) 시위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가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법을 위반하는 폭력적 시위를 묵인할 것으로 생각지 않는다. 미국에 있는 병사들의 가족들에게 기쁜 소식임에 틀림없다."
  미군 측 관계자 "방청을 예상해 통역사 등 전문가들을 대기시켰으나 유가족들이 재판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은 아픔을 빨리 잊고 싶었던 모양이다." 
  정부 당국자 "법무부에서 입장을 밝힌 대로 아쉬움은 남지만 이번 무죄평결 결과를 우리 정부는 존중한다"
  또 다른 정부 당국자 "시위자들은 급진주의자들이고 아주 한줌 밖에 안 된다. 그들은 그것을 그들의 세력 확장을 위한 방편으로, 반미감정을 부추기기 위한 좋은 꺼리로 만들기를 원하고 있다.
  주한미군 관계자 "무죄평결을 받은 미군 2명 가운데 관제병 페르난도 니노 병장이 최근 전역을 신청했으며, 운전병 마크 워커 병장은 근무기간이 이미 1년을 넘어 전출할 대상이다. 이들은 이르면 금명간 출국할 것으로 알고 있다"

 

2

그 날 2002년 11월22일은, 
가해자가 가해자를 평결한, 
동료가 동료를 평결한,  
미군새끼들이 미군새끼들에게 무죄 평결한 그 날은 
미국새끼들이 우리 민족 전체에게 테러를 한 날, 
아니 그 미군 놈들에게 아무런 죄가 없으면 
그럼 우리 효순이 미선이 잘못이란 말인가 ? 
장갑차의 잘못이란 말인가 ?
아니면 장갑차 바퀴의 잘못이란 말인가 ?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우리 죄였다. 
식민지에서 미국 놈들 허락 안 받고 
그 시간에 그 도로를 걸어간 죄. 
그래 미순아, 효순아 다 너희들 잘못이야 
식민지에서 감히 
그 날 2002년 6월 13일 
오전 10시 45분께 
경기도 양주군 광적면 효촌리 지방도 56호선을 
미국 놈들 허락도 안 받고 걸어간 죄.
그리하여 이 땅 식민지 한반도에서
식민지의 딸로 태어난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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