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문협. 문단이 온라인 위주로 형성되다 보니 인천문협 역시 명목일 뿐, 실제 구체적인 동인활동이나 따로 개별적인 단체를 통해 활동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런 현상으로 인천문협에 있으면서도 누가 누군지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디서 본 듯 하고, 그렇지 않은 듯도 하니 아는 체 하기 그렇고, 대충 눈짐작으로 헤아리다가 돌아서는 예가 많다. 그런 가운데 가령 어떤 행사장에서 인사를 건네오는 사람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이숙 신미자 김정길 김학균 한상렬 한미령 김기영 최제형 정승렬 서동익 선생님 같은 분들 -그 밖에도 많지만-은 찾아 다니며 인사 드리고 싶은 분들이고, 동료 문인으로 인식되는 김석렬 박경순 배선옥 조영숙 같은 분들은 인사만 주고 받아도 기분 좋은 시인들이고, 그 외에도 여러분 있지만 이 정도로 맺고 다음으로 잇자면 언제 낯이 익은 정도로만 알고 있는 분이 행사장에서 인사를 해오면 참 기분이 좋다. 또 인사 받으시고 간단히 덕담을 주시는 분들도 단순히 여겨지지 않는다.
랑승만 선생님은 언젠가부터 노여운 표정으로 인사를 받는 둥 하신다. 한때는 지팡이로 때릴듯한 자세도 취하시더니 요즘은 표정 뿐이다. 밤중에 아내 몰래 쌀을 퍼내 플라스틱통에 담고 골목을 뛰다가 넘어져 폭싹 엎은 적도 한 번 있고, 그런 식으로 두 어 번 무사히 갖다 드렸는데, 결국 아내에게 들켜서 잔소리 좀 듣고는 선생님 댁 발길을 끊게 되었다. 선생님으로선 그런 것들이 모두 서운하실 것이다. 우리 직장 신청사 준공을 앞두고 댁에 보관 중인 그림 몇 점 팔아 드리려 경무계장을 데리고 간 적이 있는데 종내 경무계장의 마음을 돌려 세우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보관 상태를 문제 삼는 것이었다. 내가 봐도 영….
세월이 흐르는 동안 행방불명된 이들로 여럿 있다. 김인호 형은 '섬진강'을 테마로 끊임없이 활동하시는 것 같은데 동아일보 신춘문예 출신의 배진성 시인은 소식이 끊긴지 오래 되었다. 참 연약한 눈빛이었던 인상…. 배 시인만이 아니다.
장종권 박익흥 형들은 인천문협에서 무슨 감투를 썼다가 그만 두면서 발길을 접더니 곧 탈퇴하고야 말았다. 박익흥 형과는 꾸준히 연락이 되고, 장종권 형은 술 취한 걸음으로 길에서 한 번 마주쳤다. 어디서 1차를 종료하신 것 같았다. 호프집으로 모시고 가 두 어 시간 대접해 드렸더니 감사의 표시인지 <로또피아>인가 하는 잡지를 보내 주시는 것이었다. 그러나 곧 중단되고 말았다. 추정컨대 구독료를 받지 못할 거란 선견지명이 통했으리라.
폼만 잡으며 세월 보내는 사람도 있다. 영재나 귀재 출신인양 거들먹거린다. 詩에서도 권위적인 냄새가 팍팍 풍긴다. 총회 같은 자리에 여자 군단을 몰고 오는 경우도 있고…. 다 똥폼들이다. 그냥 생긴대로 살고 행동하면 되는 것! 꾸밈 없이 말이다.
인천 문단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모임이 바로 '내항문학'이다. 나도 그곳 회원이었었다. 정승렬 선배님을 비롯하여 정세훈 장종권 박익흥 남인희 김인호 류종호 배진성 시인 등 꽤 되었다. 정승렬 선배님은 배경에만 계셨었고 정세훈 장종권 박익흥 김인호 형님이 주욱 회장을 역임했다. 그 다음이 내 차례였는데 종권이 형님이 예고도 없이 어디서 낙하산 부대를 몰고 와 점령 해버리는 바람에 성질 나서 나와 버렸다. 정확히 말하면 모임에 참석하지 않아 얼마 후 자동 탈퇴된 것이다. 회비 안 내고 작품 안 내면 제명되는 거 아닌가?
세월도 인연도 돌고 도는 것 같다. 지금 시절이 가면 지금 꽃들도 사라질 것이다. 다음 세상이 와 새로운 꽃들이 만개하고 벌 나비 춤추리. 별은 영원히 빛나고 인연은 소금처럼 흩어질 뿐이다. 말하자면 우리 같은 재래종은 별이나 다름 없다. 세월 흐르고 꽃 피었다가 져도 마냥 이 자리 있으니
옛 인천문단 시절이 그리울 때가 있다. 다시 돌아가지 못하리라. 열정도 식었다. 아들이 배드민턴 때리러 가자 하네. 또 쓰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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