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記/Pen 혹은 文學

만년필

펜과잉크 2007. 10. 12. 00:30

 

만년필을 돈 받고 팔아본 건 지난 수 십 년 동안 근래 몇 번 밖에 없다. 정말 부끄럽기 짝이 없다. 만년필을 매물로 내놓으면서 정확한 모델을 기재했어야 옳은데 그조차도 자만심에 빠져 건너뛰었다. 이렇게 되고 보니 여러 사람 보기가 죄스럽다. 고의가 아닌데 말이다.

 

어느 만년필은 잘 팔렸다가 되돌아 왔는데 구매자가 반품의 이유로 지적한 내용 중 클립 끝 부분의 미세한 흠집 외엔 아무 이상이 없었다. WATERMAN A/S 업체인 항소(주)와 종로1가 교보문보장에 전화를 걸어 확인하니 WATERMAN 찰스톤 모델은 바디 중간에 테두리(링)가 있되 그 링을 중심으로 위 아래가 조립되어 있다는 대답이었다. 말하자면 일체형이 아니라는 뜻이다. 당연히 힘을 주어 위 아래를 비틀면 흔들리거나 미세한 소리가 나게 되어 있다. 아울러 금이 간 게 아니라 제품의 생산 과정에서 생긴 자국이었다. 

 

두 번 다시 만년필을 돈 받고 팔지 않겠다. 나 자신이 요즘처럼 부끄럽고 창피한 적이 일찍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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