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記/사진

고향집 모내기

펜과잉크 2008. 5. 22. 15:19

 

논 아래 아담한 저수지엔 붕어, 우렁, 조개 같은 것들이 삽니다.

민물조개는 손바닥 만큼 큰 것이 많습니다.

저 맛을 선호하는 분들이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어머니는 징그러워서 만지지도 못하겠다 하십니다.

저 역시 사진만 찍고 한 마리도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절골이란 지명입니다. 몇 년 전 집 한 채가 생겼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청정지역입니다.

저 집에서 내려오는 오폐수도 저수지로 오기 전에 다른 물길을 통해 아래로 빠져나갑니다.

저수지 옆으로 개울이 있거든요.  저수지 바로 위부터 저희 논입니다.  

왼쪽에서 네번째 전봇대 옆 붉은 흙이 보이는 자리에 훗날 제가 집을 지으려 하는데요.

어머니께서 뒷산에 묘가 많다고 허락을 안 하십니다.

어머니께서 지정해줄 곳이 따로 있다 하시니 거기에 지으면 돼요.

붉은 흙은 며칠 전에 외딴집의 트랙터가 굴러 떨어져 흙을 다지면서 생긴 상처라 합니다.  

 

 

원래 저수지와 닿은 논에는 깊은 수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몇 년 전

아버지께서 논바닥에 수로를 묻어

수렁에서 샘솟는 찬물을 저수지로 빼내는작업을 하신 후 수렁이 없어졌습니다.

모를 심다가 기계가 빠지는 사고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논바닥에 묻은 배수로를 통해 찬물이 곧장 저수지로 유입됩니다.  

 

 

수로 아래를 보니 민물조개 한 녀석이 웅크리고 있습니다.

차가운 물에도 끄덕 않습니다.

 

 

뭍가엔 제법 큰 조개도 있었습니다.

살짝 다가가 찍었는데 눈치를 못 채더군요.

 

 

여기 저기 많았습니다. 저 정도면 상당히 큰 조개에 속합니다.

 

 

식용으로 즐겨 먹는 분들이 있다 들었는데 저는 건드리고 싶지 않더라구요.

 

 

반갑다, 개구리야.

(천연기념물 토종개구리)

 

 

이제 아래 논은 기계가 들어와 모를 심으면 됩니다.

 

 

논바닥을 들여다 보니

짐승의 발자국이 찍혔습니다.

삵일까요?

야생 고양이일지도 모릅니다.

 

 

이동순 선생님의 詩에 나오는 바로 그 개밥풀입니다.

논바닥 한쪽을 가득 메웠습니다.

스크럼을 짜고 '우우' 소리칠 것만 같습니다.

 

 

어머니가 준비하신 새참입니다.

대추를 넣어 삼계탕을 끓이셨습니다.

아버지, 저, 기계 주인까지 셋이 일하는 새참에 소주 다섯 병을 담으시길래 놀라는 표정을 지었더니

여기저기 일하는 분들 다 불러 한 잔 씩 드리라 하셨습니다.

실제로 주변 논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불러 모두 여섯 분이 새참을 드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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