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가을,
생각나는 곡이 있어 검색해 올립니다. 둘다섯의 <긴머리 소녀>입니다. 둘다섯은 원래 이두진, 오세복씨가 초기 멤버였죠. 이씨와 오씨가 만났다 하여 '둘다섯'이란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두 사람이 히트시킨 곡이 아직도 불려지고 있습니다. <밤배> <일기> 등... 도중에 한 분이 교체됐는지 옛날의 오세복 씨가 아닌 것 같더군요.
사춘기 시절, <긴머리 소녀>를 들을 때면 실제로 개울 건너 작은집에 긴머리 소녀가 있을 것만 같았죠. 그 곡의 백미는 고옥타브에서 이어지는 환상의 코러스 화음입니다. 두 사람이 노래하지만 또 다른 멤버가 보조한 느낌이 짙죠. 시중에 판매됐던 둘다섯 LP판에 수록된 <긴머리 소녀>를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1절이 끝나면 플륫이 간주에 참여합니다. 마치 꿈을 꾸는 듯 합니다. 그리고 계속 두 분의 멋진 앙상블이 이어집니다. 두 분의 음색과 테크닉 기교가 균형적 일치로 돋보이는 곡이 <긴머리 소녀>입니다.
하지만 원래 곡을 스크랩을 할 수 없어 배철수 님이 진행하는 '7080' 방송 화면 일부를 옮겨왔습니다. 이 동영상에선 전주에 스프라노 색소폰이 등장합니다. 1절과 2절 사이 간주때 보니 김원용 선생님이더군요. 김원용 선생님이 배철수 '7080' 프로그램에서 색소폰을 연주하신 게 꽤 됩니다. 요즘은 젊은 포지션으로 바뀌었더군요. 김원용 선생님이 연주하시는 직관 악기가 바로 소프라노 색소폰이죠. 케니-G가 국내 공연을 올 때 빼놓지 않는 색소폰입니다. 빼어난 톤칼라를 구사하는 그는 뜻밖에도 낮은 호수의 리드를 즐겨 사용한다고 합니다. 김원용 선생님에 대해 추가로 소개드리면 MBC-TV <전원일기> 주제곡을 작곡하신 분이기도 하죠. 동영상에선 메탈이 아닌 하드러버 마우스피스를 사용하시네요. 하드러버쪽이 훨씬 포근한 음색을 띱니다.
약 6년 전,
제 연습실에 중년 남성 한 분이 찾아오셨습니다. 색소폰을 배우고 싶다시는 겁니다. 그래 색소폰을 잘 부는 회원을 소개시켜 드렸죠. 그 후 꾸준히 연습하시면서 친해졌는데 이 분이 김원용 선생님과 중앙대 기악과 동창이시더군요. 윗입술 흉터가 있어 물으니 트럼펫을 연주하고 시가행진을 하다가 앞 주자 뒤통수에 벨이 부딪혀 당시 매우 깊은 상처를 입었다고 해요. 하긴 금속 피스에 입술이 짓뭉개졌을테니 심각성이 그려집니다. 함께 음악을 하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많이 나눈 기억이 납니다.
<긴머리 소녀>는 하모니카로 연주해도 어렵지 않은 곡입니다. 저녁 식사를 하고 박이 쇠어가는 사랑 지붕을 바라보며 하모니카를 불던 옛날이 떠오릅니다. 무수히 많은 잔별들이 은하수 따라 흐르고 있었죠. 훗날 일제 TOMBO C MAIOR(八長調) 하모니카를 샀다가 별로 불지도 못하고 장롱에 보관해놓은 상태입니다. 요즘은 오리지날 일제 TOMBO가 없는 것 같더군요. 모든 게 made in china로 변하는 게 안타깝습니다. 가문의 대업(代業)을 중시하는 일본이나 미국사람들도 타산 앞에선 어쩔 수가 없죠.
창 밖엔 구름이 드리워져 있습니다. 그 새 플라타너스 잎은 황금빛으로 물들었네요. '가을잎 찬바람에 흩어져 날리면'으로 시작하는 배상배 님의 <날이 갈수록>이 떠오릅니다. 온 세상이 가을 속으로 잠입해가는 지금, 문득 누군가와 차 한 잔 마셨으면 하는 생각이 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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