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만에 꺼내보는 기타!
소리만큼은 여전하다. 이런저런 것들을 정리하고 트럼펫과 기타에 올인해야겠다. 온갖 것들을 장악하려 하니 이것도 저것도 안되는 것이다. 줄을 세팅해놓은지가 꽤 오래되었음에도 크게 이상이 있는 것 같지 않다. 다만 휴대폰으로 찍어 화질과 음질이 조잡하다는 것... 오랫만에 튕기니 손이 엉키고 운지도 헛짚어져 모든 게 엉망이다.
옛날에 한 소녀가 방학을 맞아 외가에 놀러갔다. 외가 마을 앞으로 큰 개울이 흘러 친구들과 함께 멱도 감고 빨래도 하며 놀았단다. 하루는 운동화를 빨기 위해 개울로 나가 치솔로 운동화를 열심히 문질러 빨았다고... 나중에 외가로 돌아오자 외할머니께서 물으시더란다.
"얘야, 혹시 이 치솔로 운동화 빨았니?"
소녀는 깜짝 놀라 그렇다고 하자, 외할머니께서 말씀하시기를...
"그렇구나. 이건 외할머니 치솔이란다. 하지만 괜찮다. 내 외손녀 운동화 문지른 치솔인데 무슨 문제인가?"
그러시며 그 치솔로 양치질을 하시더라는 얘기였다.
나 어릴 적의 외가 추억이 떠오른다. 외가는 그 고을에서 잘사는 환경이었다. 문전옥답과 많은 전답을 소유하고 있었다. 외할아버지는 3남3녀 중 장남으로 아래 두 할아버지도 같은 마을에 분가하여 사셨다. 그 분들의 환경도 안정된 생활이었다. 나는 방학 때 외가에 가서 큰이모네 집서 온 동갑나기 이종사촌과 함께 어울렸다. 하루는 외가 둘째 외할아버지댁에 놀러 갔는데 그 집엔 문자라는 이름의 또래 소녀가 있었다. 촌수로는 이모뻘이었다.
우리 셋이 놀다가 둘째 외할머니께서 수제비를 끓였다시기에 갔더니 안채 뒤꼍 널따란 그늘에 멍석을 깔고 가족이 둘러앉아 막 먹으려던 참이었다. 나도 가족들 사이에 비집고 앉았다. 우리 위엔 수령이 오래된 배나무가 가지를 뻗고 늘어져 있었는데 배나무 가지에 닭들이 나란히 줄지어 앉아있는 것이었다. 흔히 보는 광경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수제비를 떠 먹었다.
그런데 한 순간 내 앞에 앉은 할머니 수제비 그릇에 뭔가 퐁당 떨어지는 게 아닌가? 아아, 어린 나는 그것이 배나무 가지에 있는 닭의 똥이라는 걸 알았다. 놀라운 것은 그 다음이었다. 할머니께서 손으로 수제비 그릇의 닭똥을 건져 저만치 던지고는 수제비를 한 숟갈 푹 떠서 아주 맛있게 잡수시는 것이었다.
"아, 수제비 맛있다!"
시골에서 사는 사람에게 가축은 단순히 동물 그 자체에 그치지 않는다. 외양간 소가 급체를 하면 바깥마을 양조장까지 달려가 대되 막걸리를 받아다가 소의 입에 병째 물렸다. 그러면 잠시 후 소가 큰 트림을 하며 안정된 모습을 보이는 것이었다. 소뿐인가? 돼지 염소 개 토끼 닭 같은 가축이 다 마찬가지였다. 도시락 반찬으로 계란썰이를 해오는 학생은 예사로운 환경이 아니었다. 소풍 가는 날 삶은 계란 몇 개를 신주 다루듯 가지고 가서 한 개 까먹고는 집에 노는 어린 동생들 생각에 끝내 다시 싸 가지고 오던 시절이 아니었던가. 삶은 계란의 흰자위부터 먹고 마지막 노른자위를 깨물 때의 고소한 맛이라니...
고향에 가면 무엇이 있을까? 텅빈 집엔 늙은 어머니 홀로 계시누나. 삽과 호미는 녹슬고 절구통도 뒤꼍 한쪽에 방치되어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흉물이나 다름 없게 되었다. 나 돌아가 살고픈 그 곳... 아버지 어머니, 어린 동생들과 함께 모여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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