餘談/음악의 세계

[스크랩] 내 삶 속엔 나 밖에 없다

펜과잉크 2010. 12. 30. 12:41

첨부파일 Chava Alberstein-The Secret Garden.mp3

 

1980년대 후반, 주안사거리에 아주 멋진 레코드점이 있었다. 영화배우 윤정희 씨를 닮은 예쁜 중년의 아주머니가 LP판을 뽑아 전축에 올리곤 하는 집이었다. 당시 나는 이 집을 자주 드나들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우리 직원 중에 이 집의 단골이 있어 절친한 사이가 됐는데 그는 오직 클래식 음악만을 고집하며 LP판도 그쪽 것만 골랐다. 지금 생각하니 그 시절에도 케니로저스와 둘리파튼의 음악이 들렸고, 마이클잭슨 역시 건재했으며 가끔은 쳇 베이커의 <My Funy Valentine> 같은 곡도 흘러나왔던 것 같다. 

 

오늘밤, 눈이 내린다. 이층 창밖으로 시계(視界)가 온통 하얗게 묻히는 걸 볼 수 있다. 나는 홀로  하버 알버스타인(Chava Alberstein)의 마이너 코드 특유의 음울함과 가슴 아릿하게 찔러오는 슬프고도 애절한 <The Secret Garden>을 듣는다. 이스라엘 최대 일간지 Yediot Aharonot는 '만약 우리에게 진정한 포크가수가 있다면 그것은 하버 알바스타인이다'라고 적었다 한다. 명백히 말해 하버 알버스타인은 폴란드에서 태어나 이스라엘로 이주하여 정착했다. 그녀는 부드러운 러브송에서부터 평화와 압제에 관한 저항의 노래에 이르는 폭넓은 음악과 인간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명상적인 노래를 불렀고 상실과 풍요 혹은 고독을 노래한 멜랑콜리한 곡도 있다. 첨부파일은 원래 wma 형식이었으나 적정용량을 위해 mp3로 변환했음을 밝힌다.

 

얼마 전, 한 친구에게 무슨 말을 하면서 '요즘 좀 힘들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랬더니 경제적으로 궁한 걸로 착각했던 모양이다. 돈이 궁해 손이라도 벌릴 뉘앙스로 들렸나? 경계하는 어투로 변해 괜히 말을 했구나 속으로 후회했다. 그러면서 두 번 다시 그 친구에겐 마음을 보여주지 말자 다짐했다. 세상이 거의 그렇다. 난 옛날이나 지금이나 돈 때문에 궁핍해본 적이 없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돈 아닌가? 앞으로도 마찬가지이다. 본 곡에 나오는 '내 삶 속엔 나 밖엔 촛불도 진홍하늘도 함께 할 그 누구도 없다'라는 부분이 마치 무슨 해법처럼 들린다. 그녀가 말하는 진정한 당신은 누구일까? 한 번만 더 함께 하고 싶은 '당신'...

 

눈이 언제까지 올까? 음악을 들으며 먼 고향집 어머니와 한때 각별했던 사람들의 얼굴을 그린다. 마음 속 깊이 있는 사람 중엔 홀로 성공하여 꿋꿋이 살아가는 인연도 있다. 그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흐뭇하다. 내 주위의 모든 인연들에게 신의 축복이 함뿍 내리길 기원한다. [2010. 12. 30. 01:17]

 

 

 

 

 

 

 

 

 

 

출처 : 인천문인협회
글쓴이 : 류종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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