餘談/음악의 세계

나 살던 고향 - 정태춘

펜과잉크 2012. 1. 9. 00:38

 

 

 

 

 

 

  나 살던 고향

                                               정태춘

 

 

육만엔이란다.
후쿠오카에서 비행기 타고

전세버스 부산 거쳐 순천 거쳐

섬진강 물 맑은 유곡나루

음~
아이스박스 들고 허리 차는 고무장화 신고
은어잡이 나온 일본 관광객들
삼박사일 풀코스에 육만엔이란다.

어허~

초가지붕 위로 피어오르는 아침 햇살

신선하게 터지는 박꽃넝쿨 바라보며

니빠나 모노 데스네 니빠나 모노 데스네
가스불에 은어 소금구이 

혓바닥 사리살살 굴리면서
신간선 왕복 기차값이면 조선관광 다 끝난단다.

음~ 음~

육만엔이란다.

 

어허~

초가지붕 위로 피어오르는 아침 햇살

신선하게 터지는 박꽃넝쿨 바라보며

니빠나 모노 데스네 니빠나 모노 데스네

낚시대 접고 고무장화 벗고

순천 특급호텔 사우나에 몸 풀고 나면
긴 밤 내내 미끈한 풋가시내들

서비스 한 번 볼만 한데
음~ 음~

환갑내기 일본 관광객들 칙사 대접 받고
그저 아이스박스 가득 등살 푸른 섬진강
그 맑은 몸값이 육만엔이란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나이나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