餘談/음악의 세계

만년필을 소재로 한 일련의 단상들

펜과잉크 2012. 1. 18. 12:23

 

 

 

무정부르스(20120118TenorSaxo5).mp3

 

 

지난 일요일,

신설동 풍물시장 들러 종로5가 방향 골목을 걷다가 동묘 못 미친 지점의 만년필 노점상으로부터 APIS 한 자루를 구입했다. 오래 전에 단종된 국산 APIS! 현금 1만원을 주고 샀다. 소장하고 있는  다수의 만년필 중엔 고가의 것도 있지만 이 만년필은 한낱 값싼 중고에 불과했다. 물론 만년필을 가격으로 평가하는 자세가 바람직하지 않다. 시필도 해보지 않고 돈을 건넨 기억이 난다. 집에 와서 시험해보니 그립(glip section) 부분이 막혀 잉크가 아예 나오지 않았다. 그래 저녁에 당직근무 나가면서 만년필을 해체하여 온수에 담가뒀다. 물에 세제 몇 방을 떨어뜨리는 걸 잊지 않은 채... 아침에 퇴근해보니 피더(ink feeder)속의 찌꺼기가 녹아 물이 시커멓게 변해있었다. 전 주인이 검정 잉크를 쓰다가 세척하지 않은 상태로 장기간 방치한 결과로 추정됐다.

 

 

 

1월 14일(일요일) 아침의 신설동 풍물시장 입구 - 1호선 국철(남영역을 지나면서 전철 구간으로 바뀜)을 타고 신설동역에 내려 5번 출구로 나가면 풍물시장으로 갈 수 있음.

 

 

 

 

 

만년필을 분해하여 세제를 혼합한 물에 13시간 가량 담근 후 찍은 사진이다. 물이 온통 검게 변해있다.

 

 

 

물에서 건져 올린 만년필...

왼쪽부터 CAP, BARREL(body), RESORVOIR(TUBE 포함), GRIP SECTION

 

 

 

 

 

 

 

 

 

 

 

 

 

 

 

 

 

 

 

 

캡 부분에 옛 주인이 음각으로 새긴 글귀가 선명하다. 'Kin Jung Sook 78. 7. 3'... 'Kin'은 아마도 'Kim'의 오타인 듯... 김정숙이란 분이 1978. 7. 3일자에 기념으로 새긴 글귀로 믿어진다. 우리 고등학교 2학년 시절이다.

 

 

 

 

수리를 마친 상태로 시필(試筆)... 잉크 흐름이 전체적으로 고르게 나와 다행이다. '기적' 혹은 '행운'이란 표현을 써도 무색하지 않겠다.

 

 

 

 

만년필 사진에 이 녀석을 소개하는 이유는 내가 집에 있을 때 한시도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만년필로 시필한 수첩을 차에서 꺼내려 밖으로 나오자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따라나와 좋아한다. 녀석의 표정을 보면 다소 불평어린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집 가족 구성원으로서 당당히 서열을 차지하고 있다. 그래봤자 꼴찌이지만... 유기견으로 만나 이제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가족이 되었다. 저리 예쁘고 총명한 녀석을 누가 버렸는지... 바보다!

 

 

 

 

목줄을 사용하지 않아도 스스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다. 내가 멈칫거리면 저도 걸음을 멈추고 나를 기다려준다. 아무튼 밖에 나가서도 눈치 살피느라 여념이 없다.

 

 

 

 

 

 

 

 

 

 

저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여간 귀여운 게 아니다. 사실 매일 10분 이상 녀석과 단지내 도로를 산책한다. 집 밖에 나서면 뛰고 달리느라 정신이 없다. 그런 식으로 운동을 한 덕분인지 어깨와 허벅지 부위 근육이 발달되어 있다. 달리기도 아주 잘한다. 아마 동급의 소형견 단거리 대회에 나가면 1위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원래 푸들이 날쌔고 빠른 견종이다.

 

 

 

 

 

 

 

 

다시 만년필 얘기로 이어가겠다. 며칠 전 지인을 까페에서 만나 만년필에 관해 얘기꽃을 피운 일이 있다. 만년필은 단순한 필기구 차원을 넘어 마음을 정화시키고 도(道)의 경지에 이르게하는 신비한 힘이 있는 것 같다. 그런 뜻에서 나는 지인에게 만년필로 글을 쓸 때는 마음을 가다듬고 차분히 쓸 것을 권고했다. 흥얼거리거나 과시하는 식의 가벼운 자세로 끄적거리는 사람은 정서가 불안해보인다. 그런 식으로 쓰지 말라고 했다.

 

 

 

 

 

커피숍에서의 만년필 타임 - 만년필에 관한 한 어디든지 즐겁다!

 

 

 

 

만년필을 앞에 놓고...

 

 

 

 

 

 

 

 

 

 

 

 

 

 

 

 

 

 

 

 

 

 

 

 

 

 

 

 

 

마지막으로 본문에 첨부한 mp3 파일을 소개하면서 글을 맺는다.  

 

* 녹음 사양 : vintage Tenor musica Saxophone + berglasen 100M hard rubber mouthpiece + A100

* 녹음 일자 : 2011. 01. 18. 21:00경 인하대 후문 Modern Saxophone

  

 

 

 

 

 

 

 

 

 

무정부르스(20120118TenorSaxo5).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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