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낮이 따로없는 세상에 살고 있지만
등잔불 밑 아늑한 공간의 행복했던 시절을 잊지 못한다.
아무리 좋은 TV가 판을 쳐도
머리속엔 건전지만으로 한 달 이상 들을 수 있는 라디오의 향수가 강하게 뿌리내려있다.
램프와 난로, 라디오를 사놓고 가끔 켜보곤 한다.
램프와 난로엔 파라핀 등유를 쓴다.
일반 등유는 냄새가 나서 상용에 무리가 있다.
파라핀오일에도 종류가 있어 패트병 크기의 8,000원 정도 부르는 무색 우량품이 좋다.
그런데 램프 하나에 의존하여 글을 쓰기엔
전깃불로 길들여져 온 세월이 워낙 길어 두 개의 램프를 써야만 정상 촉수를 얻을 수 있다.
파라핀 오일은 그을음이 없다는 점을 특징으로 꼽지만
어디에도 완벽과 절대치는 존재하지 않으므로 약간의 냄새를 감내할 줄 알아야 한다.
또한 밀폐된 도시생활의 아파트 공간에선 가끔씩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킬 필요가 따른다.
라디오는 오래된 SEARS제를 쓰는데 한 번 라디오에 정이 들면 TV보다 훨씬 좋다.
TV는 시각적 기능과 청각적 기능을 동시에 필요로 하지만
라디오는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아이와 감자를 쪄 먹으면서도 여유롭게 청취할 수 있다.
알라딘 난로위에 물을 끓이고, 파라핀 램프불을 밝혀놓고
라디오를 들으며 밤을 맞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날이 오리란 꿈을 버리지 않는다.
직업을 내놓고 사는 사람이 아니므로 피차 정신이 혼탁해지는 대화는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전쟁이 터져 전기가 끊기는 날이 와도
나만큼은 변치않는 모습으로 알라딘 난로에 물을 끓이고, 파라핀 램프를 켜고
라디오를 들으며 노천명의 산문 <나비>에 나오는 '겨울 밤'의 감미로운 문체를 정독할 수 있으리라.
어젯밤 집에서 모처럼 램프를 켜놓고 독서를 했다. 한 개의 불빛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두 개의 램프를 사용했다.
몇 년 전, 알라딘난로를 켜놓고 찍었을 때의 모습이다. 알라딘난로의 푸른 불빛을 바라보고 있으면 세상의 시름 따위들이 사라지고 정결한 영혼으로 귀의할 수 있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텐트에서 밤을 보내며 미군용 램프를 켰을 때의 모습이다. 옆의 알라딘 난롯불이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 삼월임에도 밤기온이 차가웠던 기억이 난다.
저기서도 라디오는 필수품이다.
요강 대용의 패트병. 목을 날려 사용하기 편리하게 해놓고 아주 요긴히 썼다. 뜨거운 물이 필요했으므로 난로를 끄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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