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記/사진

신동엽(申東曄) 시비(詩碑)를 배경으로

펜과잉크 2007. 3. 22. 02:02

 

 

차에 장비를 싣고

훌쩍 떠나기로 마음을 먹자,

마침 볼일과 연관되어 생각난 곳이 부여였다.

 

군청에 들러 일을 마치고

곧장 신동엽 시비가 있는 동남리 숲으로 향했다.

백제의 토성(土城)이 있던 자리…….

 

부여 출신으로

한 시대의 별이었던 신동엽 시인은 내게도 각별히 다가온다.

그의 시(詩)『山에 언덕에』를 얼마나 좋아했던가?

 

 

 

     山에 언덕에

                                   신동엽

 

 

그리운 그의 얼굴 다시 찾을 수 없어도

화사한 그의 꽃

산에 언덕에 피어날지어이.

 

그리운 그의 노래 다시 들을 수 없어도

맑은 그 숨결

들에 숲 속에 살아갈지어이.

 

쓸쓸한 마음으로 돌길 더듬는 행인아.

 

눈길 비었거든 바람 담을지네

바람 비었거든 人情 담을지네.

 

그리운 그의 모습 다시 찾을 수 없어도

울고 간 그의 영혼

들에 언덕에 피어날지어이.

 

 

 

첫날밤은 추워 죽는 줄 알았다.

텐트 속에 알라딘 석유난로를 피웠지만

삼월의 차가운 강바람 앞엔 속수무책이었다.

20번도 넘게 깨었던 것 같다.

 

이튿날은 생각을 고치기로 했다.

읍내 철물점에 들러

100M짜리 전선줄을 사다가

숙영지에서 제일 가까운 인가에서 전기를 빌리기로 했다.

다행히 집주인이 선뜻 전기를 끌어다 쓰라 하신다.

전기담요는 예전부터 차에 싣고 다니는 게 있었다.

 

야전침대에 매트리스를 깔고

그 위에 1인용 전기담요를 얹었다.

그리고 모포로 덮은 다음 침낭으로 마무리했다.

전기를 켜자 30분도 안되어 침낭이 따뜻해지는 것이었다.

밤새 늘어지게 잤음.

 

혼자 밥을 짓고

찌개를 끓이고

커피를 만들고

위스키를 홀짝거리는 일…….

램프 불빛에 의지해 백석 시집을 읽고

원고지에 뭐라고 적는 순간만큼은 진정 색다른 감정이었다.

2박3일이었지만 행복할 뿐이었다.

 

 

 

1. 알라딘 난로와 반합, 라디오, 탄통, 후레쉬, 식수통, TENTAGE REPAIR KIT

 

 

 

2. 신동엽 시비(詩碑)를 배경으로

 

 

 

3. 야간의 텐트 속 풍경 : 가솔린 램프, 알라딘 난로의 파란 불꽃

 

 

 

4. 텐트 속 풍경 : 백석 시집, 철모 내피(탈바가지), 컵, 위스키, 라디오...

 

 

 

5. 메모1

 

 

 

6. 메모2

 

 

 

7. 아침밥 : 생태 매운탕, SCOTCH WHISKY 'ROYAL SALUTE 21'

 

 

 

8. 급조된 오줌통 : 패트병의 목을 잘라 사용했다. 어둠 속에서도 조준이 용이했음.

 

 

 

9. 강 건너 마을이 규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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