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0일 전에 작업실을 차렸다. 예전에 살던 집 방 한 칸을 내 작업실로 꾸몄다. 그곳엔 각종 군용물과 애용품들이 있다. 만년필도 다 그 방에 있다. 도둑이 들어 상자 하나만 들고 나가면 내 평생 모은 재산목록 1호가 몽땅 사라질 판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만...
그 집엔 나만의 냉장고가 있는데 열쇠를 잠그고 사흘 가지 않았으니 혼자 열심히 돌아가고 있을 것이다. 맛좋은 오렌지가 상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 방엔 또 1950년대 한국전 때 들여온 미군용 철제 침대가 있어 작년에 ebay를 통해 미국 셀러로부터 구입해 세팅해놓은 매트가 있다. 그 위에 군용 모포를 깔고 잠을 청하는데 정말이지 요즘에 나오는 인체과학 어쩌고 떠드는 침대보다 몇 배 편하다.
혼자 방을 차렸다니까 집에서 가출했거나 아내랑 별거하는 줄 아는 인간들이 있다. 좀 이상한 사고방식들이다. 오늘 아침에도 아내가 속옷이랑 양말을 챙겨줬는데...
그 집에 인터넷을 설치해야 하는데 평일 낮에 사람이 없어 며칠 때 PC방을 전전(?)하고 있다. 일과 중엔 인터넷에 접속하기 싫다. 업무 중엔 일에만 몰두하고 싶어서다.
TV는 1974년도 SONY에서 만든 흑백 제품을 쓴다. 3개 공중파 방송만 잡히고 나머지는 어디로 갔는지 안 보이는 TV다. 그래도 화면이 선명하고 아나운서 말소리가 또렷해서 한화그룹 회장이 주접 싸고 다닌다는 소리도 그 TV로 들었다.
낡은 창틀이 마주보이는 방에서 110V 도란스에 커피포트를 꽂고 커피를 내려 마시고 맥주나 양주를 마시고 원고지를 오랫동안 내려다 보고 있고 TV 대신 라디오를 듣고... 깜빡 잠들면 하루가 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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