餘談/음악의 세계

아이러니한 saxophone 세계

펜과잉크 2007. 5. 24. 14:16

 

 

문득 '인지도'라는 말에 대하여 생각해보게 된다. 과연 나는 타인들에게 얼마만큼 알려져 있는가에 의문을 던지자면 그 답은 초라하기 그지 없을 것 같다. 방송이나 신문 매체에 여러번 등장했지만 그걸 기억하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오랜 세월 색소폰을 좋아하여 색소폰 사이트에서 활발히 활동했던 적이 있다. 나 스스로 뭔가에 심취하면 미쳐버리는 스타일이어서 적당히 맛만 보는 취향과는 다르다. 국내 색소폰 주자로 유명한 이정식씨가 소장했던 셀마 마크-6 빈티지 태너 색소폰을 물려받아 2년 넘게 다뤘던 기억이 있는가 하면 외국 사이트를 통해 들여온 악기도 여러 대였다.

 

그뿐인가? 색소폰에 관한 한 지고 싶은 마음이 없어 설전이 벌어지면 유독 눈에 띄도록 적극적으로 나섰다. 물론 내 지론이 매번 독자들을 압도한 건 아니지만 설득력 높은 글로 많은 매니아들의 시선을 집중 받은 적도 많았다. 내 이름이 붙은 게시물은 보통 사람들 게시물을 몇 배 넘을 정도로 조회수가 많았다. 인지도가 높으니 좋은 악기를 구입할 수 있는 잇점도 있었다. 서울 낙원상가의 어느 악기점에선 셀마 신형 태너와 알토를 조건 없이 불어보라고 이 주일 넘게 무상 양도해준 적도 있었다. 내가 색소폰 마니아 사이트 '색소폰나라'에 내놓는 악기나 피스들은 그 즉시 판매가 되었다. 물론 한 번도 반품된 적이 없었다.

 

근래 나는 아주 오랜만에 '색소폰나라'에 접속하여 'The Martin'이라는 빈티지 명품 소프라노 모델을 매물로 내놓았다. 색소폰 가격을 150만원으로 잡고, 시가 20만원에 해당하는 반도린 V5 마우스피스와 로그너 리가춰를 그냥 준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그런데 반응이 의외였다. 모처럼 글을 올려서인지 -햇수로 2년만에-, 아니면 사람들이 악기에 대해 몰라서인지 선뜻 사겠다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사실 지금 내가 내놓은 소프라노 모델을 반도린 마우스피스 포함하여 150만원에 구입하는 사람은 명품을 손에 쥐는 셈이다. 그걸 사람들이 모르는 것 같다. 셀마야 그렇다 치더라도 '콘' '킹' '더 마틴' 같은 굴지의 색소폰 회사들이 사라지고 낯선 이름들이 등장하면서 색소폰에 무지한 사람들의 가치관도 혼돈속으로 빠지는 것 같다. 무엇이 진정 '진짜'인줄을 모른다. 안타깝다.

 

내겐 굳이 태너(셀마 마크-6 14만번대, 킹 매리거스)를 논하지 않더라도 소프라노 색소폰이 세 대 있다. 모두 팔기 아까운 모델들이다. 내 취향이 요즘 소프라노보다는 수 십 년 세월 숙성되어 온 빈티지를 선호하는 까닭에 진품 빈티지가 나타나면 비행기를 타고 가서라도 구입해오고 만다. 2004년에 실제 그런 일이 있었다. 악기는 '소리'가 우선이다. 좋은 소리를 내는 악기가 최고인 것이다. 우리나라 색소폰 마니아들이 모양(빛깔)만 보고 가치를 따지는 오류를 범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