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이 우는 밤, 늦은 밤, 뒤꼍 추녀 시래기다발 속에서 무엇이 부스럭대는 소리 들리는 삼경 무렵 아우를 지켜 세우고 짚 섶 묻은 독 김치 끄집어내 듬성듬성 썰어 양푼에 담아 아랫목에 발 묻고 찐 고구마 먹던 시절 그리워라. 어머니가 양말을 깁고 나와 아우들이 이불에서 한바탕 씨름을 벌이기도 했던 밤, 아버지 마실 떠나 안 계신 밤, 내가 김일 선수 동작으로 아우의 이마를 꽝 박으면 아우가 떼굴떼굴 뒹굴었고, 그 걸로 그 밤의 놀이는 끝이었다네. 어머니 꾸중 듣고 이불 속에 누워서도 무엇이 아쉬워 두더지처럼 발로 차고 시비 걸고 크크 웃다가 울다가 뒤척이다가…. 아무나 먼저 잠이 들면 다들 고요히 먼 꿈나라로 갔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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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인천문협
글쓴이 : 류종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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