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記/이 생각 저 생각

정선의 닭 울음

펜과잉크 2008. 4. 8. 02:43

 

 

 

 

몇 년 전, 아들과 떠난 강원도 여행 중 겪은 일이다. 저녁 식사를 하고 인천을 출발했는데 영동고속도로 문막휴게소에 이르러 휴식을 취하면서 기름을 보충할까 하다가 국도 주유소에서 넣기로 하고 건너뛰었다. 새말 I.C를 나와 정선 가는 도로로 접어드니 이미 자정을 넘고 있었다. 하지만 주유소는 모두 불이 꺼진 상태였다. 안흥을 지나 운교, 방림을 지나 평창, 창리, 백운을 경유하여 정선에 도착하니 새벽 두 시에 임박해있었다. 유량기엔 레몬빛 경고등이 떠있었다. 긴장한 탓인지 피로와 허기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경고등이 켜진 채로 읍내를 돌자 딱 한 집 '안동찜닭집'이 영업중이다. 찜닭 2인분과 소주를 사 가지고 근처 모텔로 향했다. 둘이 찜닭 앞에 달라붙어 허겁지겁 먹었다. 걸신들린 귀신들... 만위의 포만감... 그즈음 몇 시나 됐을까? 어디서 닭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것이다. 강원도 정선에서나 가능한 현상이었다. 모텔 창문을 열자 발 밑으로 게등만한 지붕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이 새벽에 그 날을 회상하니 어디선가 닭이 홰를 치며 고성의 빼어난 울음으로 길게 울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