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집 발바리 개가
집 근처 눈밭에서 장끼 한 마리를 물어왔다.
어머니 말씀에 의하면
며칠 전,
우리집 발바리 개가 집 근처 눈밭에서
이상한 물체랑 엎치락뒤치락 씨름을 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우리 고향은 산중이라 야생 짐승들이 많다.
황급히 가보니
수꿩(장끼) 한 마리랑 격투를 벌이는 중이더란다.
장끼는 이미 기력이 바닥나 있는 상태였다고...
장끼를 데려다가 커다란 함지에 넣고 채반으로 덮어 놓은 것을
내가 잠시 촬영을 위해 꺼내 밤나무밭으로 향했다.
꿩은 숨이 붙어 있으나 몹시 지쳐 있었다.
마침 눈이 폴폴 내리고,
나는 문득 백석 시인의 시 한 수가 떠오르는 것이었다.
꿩고리를 얹은 따스한 국수 한 그릇 말이다.
몸이 나으면 자연으로 돌려보낼 계획이나
그 안에 너구리나 오소리, 삵 같은 것에 도둑 맞을지도 모르겠다.
어쩔 수 없는 일...
근처에 수꿩을 생포한 발바리 개가 있으나 카메라엔 잡히지 않았다.
영리한 고향집 똥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