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중학교 시절의 음악실이 생각납니다. 판자를 덧댄 외벽에 콜타르가 칠해져 온통 검게 보였지만 크고 웅장해서 강당으로 쓰일 때도 있었습니다. 칸막이를 떼어내 교실 두 칸을 하나로 썼죠. 두 칸을 합치면 전교생이 들어설 만큼 컸어요. 하지만 흔치 않았습니다. 옆 칸이 각종 교재로 가득한 창고 겸용이었기 때문입니다.
오늘처럼 비가 내리면 두 개 학급이 음악실에 모여 노래 수업을 받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중학교 입학하여 가장 먼저 배운 노래가 <등대지기>였던 것 같습니다. 생전 등대를 보지 못하고 자랐지만 어느 바닷가 언덕 위에 밤이면 멀리까지 빛을 내는 등대가 있어 항해하는 배들이 안전할 거란 생각을 막연히 했었습니다. <등대지기> 다음 곡으로 배운 노래가 신귀복 선생님의 <얼굴>입니다. 음악 선생님은 가수 윤연선보다 신귀복 선생님을 말씀하셨죠. 그 때 배운 두 곡을 지금도 가끔 부릅니다. <얼굴>은 트럼펫 마니아들이 즐겨 연주하는 곡이기도 합니다.
비 내리고 음습한 날의 한가로운 오후에 지인들이 있는 연습실에 들렀습니다. 거기서 음향기를 틀고 한 번 불어봤습니다. 헤드 셋을 쓰지 않고 에코를 없애 소리가 어떨지 모르지만 이것이 또한 트럼펫의 매력이기도 합니다. 2절 고음 말미에서 찌그러지는 에러가 있네요. 바지 봉창의 휴대폰 진동을 유념하다가 그리 됐습니다.
<얼굴>을 부르노라면 아득한 옛날의 포푸라 그늘 벤치에 있던 여학생이 떠오릅니다. 참으로 단정한 학생이었죠. 교복의 앞섶 칼라가 가슴을 덮을 정도로 눈부셨던 기억... 수줍게 웃을 때마다 반짝이는 치아가 인상적이어서 집에 가서 누워도 생각났습니다. 지금도 잠시 그 시절 생각이 스칩니다. 마치 죄인처럼 그날을 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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