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記/이 생각 저 생각

특별한 휴가 보내기

펜과잉크 2009. 8. 2. 11:07

 

 

 

어제 함께 근무했던 직원은 근무 중 무슨 볼일이 그리 많은지 온갖 전화 통화를 다 하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운전하면서 휴대폰 통화를 하는 모습은 보기 안 좋았습니다. 지인의 부탁을 받고 무의도 팬션을 알아보더군요. 통화 결과 무의도는 휴가철이라 방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어떻게 한 번 팬션을 얻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했습니다. 종내 방을 얻었는지 궁금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휴가와는 각도가 달랐습니다.

 

개인적으로 휴가를 떠난다면 숙소는 당연히 야영 텐트입니다. 텐트만 설치하는 게 아니라 타프(Tarp)를 씌워 그늘막을 확보합니다. 타프는 비가 올 때 행동반경을 넓힐 수 있어 좋습니다. 과거 코펠이 유행하던 시절엔 쌀을 불려 밥을 지어도 설익는 현상이 있었으나 요즘은 휴대용 보온밥솥이 있어 집에서와 같은 양질의 밥을 먹을 수가 있습니다. 먹는 문제는 매우 중요합니다. 식사가 불규칙하면 속쓰림 같은 현상이 따르지요. 라면을 즐기는 분들이 있는데 어찌보면 라면도 자극성 음식입니다.

 

대개 야영지 텐트는 일일 한 동(棟) 사용료가 1만원 안팎입니다. 거기에 휴양림 같은 데엔 현대식 취사장과 화장실이 구비되어 있습니다. 전망 좋은 곳에 텐트를 치고 들앉아 있으면 세상을 얻은 기분입니다. 텐트에서 자고 일어나 밥을 지어 먹고 커피를 끓여 마시고 라디오를 듣거나 책을 읽거나 주변 산책을 다니면 됩니다. 카메라로 이것저것 찍으면서요. 

 

어느 글에서 강원도 정선을 얘기했는데요, 정선 근처에 가리왕산 휴양림이란 데가 있습니다. 그곳에 숙영지를 구축하고 청명한 공기를 호흡한 적이 여러 차례입니다. 현지에 취사장과 화장실이 있음에도 일부러 읍내까지 나가 정선군청 화장실을 썼습니다. 군청 화장실이라 좋대요. 비데 물발도 쭉쭉 뻗치고 말입니다. 세면에 쓸 물도 군청 수도에서 받아다 썼습니다. 관공서라 개인적으로 간섭하는 사람이 없어요. 숙영지에서 읍내까지 6-7킬로 가량 되었지만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텐트 입구에 '잠시 외출중' 메모와 함께 전화번호를 적어 놓으면 간단합니다. 그 산에 딱히 저를 찾을 사람이 없을테니 말입니다. 도시처럼 남의 것을 집어가는 부랑자도 없습니다.

 

정선 읍내엔 재래시장이 발달되어 있는데 시장통 국밥집이 유명합니다. 전형적인 강원도 본토 스타일의 -감자 캐고 노독이 가시지 않은 듯한- 아주머니가 끓여내는 국밥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습니다. 강원도라는 데에서도 줄 서서 먹는 집이 그 집입니다. 음식에 관해서라면 어디든 손꼽을 만한 식당이 한 두 군데 있기 마련이지요.

 

휴가는 사람 많은 데로 갈 게 아닙니다. 인간이 없는 곳으로 가야 잡념을 털어낼 수 있습니다. 해운대 같은 데는 상상만으로 끔찍합니다. 물가도 비쌉니다. 심지어 해수욕을 마치고 샤워를 하는 과정에서도 돈을 내야 합니다. 모든 게 돈이죠. 어느 해수욕장에선 산적 같이 생긴 주차요원이 시간당 5천원을 요구하더군요. 누가 그런 데에다 차를 세웁니까?

 

강화도 함허동천은 지나치게 인공적이어서 매력이 떨어지더군요. 일출의 기운을 쐬기 위해 사람들이 찾는다고 하는데 원시 자연 삼림을 기대할 수 없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전망이 떨어지고 주변이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해도 일상의 잡념들을 떨칠 수 있는 환경이 좋습니다. 거기에 인제 아침가리골처럼 플라이 낚시를 즐길 수 있는 곳이라면 금상첨화겠지요. 물론 물가에선 가족의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합니다.

 

까페 게시판에 휴가 공지 글이 실렸습니다. 다들 멋진 휴가를 보내시길 빕니다. 저도 다녀올 계획입니다. 차에 야영장비를 싣고 출발하는 거죠. 숙영지 야전 침대에 누워 밤하늘을 올려다 보는 마음은 설렘으로 가득할 것입니다. 무수히 반짝이는 별들이 한 순간 내게로 쏟아져 내릴 것만 같을 테니까요. 어디선가 풀벌레들이 스르릉 노래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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