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사는 분으로부터 60년대 파커45 만년필 두 자루를 구입했다. 검정색과 자주색 몸통으로 1회용 카트리지를 사용하도록 되어 있단다. 다행히 구월동 교보문고 매장내 '드림디포'에 전화한바 파커45 전용 컨버터(피스톤식)를 판다기에 마침 그쪽으로 외출 나간 막내아들에게 사오도록 전화를 걸었다.
모임을 마치고 귀가했더니 아내가 택배 우편문을 내놓는다. 만년필이다. 설레이는 마음으로 꺼내자 온전한 외형의 펜이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오랜 세월 쓰지 않아 시필 결과 잉크 흐름이 썩 좋지가 앉았다. 그래 두 자루의 펜을 완전 분해하여 온수로 세척한 후 다시 조립해 잉크를 넣었다. 요즘 나오는 파커45는 뚜껑 하단에 'made in UK'라고 새겨져 있으나 이것은 'made in U.S.A이다. 확대경으로 세세면면 살폈지만 하자가 없는 제품들이었다. 무엇보다 만년필의 생명인 닙(nib)의 균형이 일치하고 볼륨이 살아 있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전혀 다치지 않았다.
만년필 두 자루를 작업하고 연구(?)하는 데에만 세 시간 가까이 흘렀다. 옛날 만년필의 기능을 완전히 복원했다는 점이 기쁘다. 훗날, 인적 없는 고을 지붕 밑에 살며 이 펜으로 좋은 글을 쓰고 싶다. 그럴 수 있기를...
우편물
1회용 카트리지
파커45 전용 컨버터(내부에 쇠구슬이 있어 응고 현상을 막도록 설계)
카트리지 & 컨버터 영수증
온수에 담궈 배럴 내부 찌꺼기를 녹이는 과정
배럴과 닙을 분리하여 치솔로 찌거기를 완전히 제거
몸통
조립한 상태의 파커45 60년대 모델
시필(블루블랙 잉크이나 물기로 인하여 약간 흐리다)
마찬가지... 물기로 인하여 약간 흐리게 나왔다.
뚜껑을 씌웠을 때의 전체 길이가 143mm쯤 된다. 길이나 굵기 등으로 보통 크기의 내 손엔 안성마춤인 셈이다.
끝으로 파커45 만년필은 현재에도 꾸준히 생산되는 걸로 안다. 다만 옛날의 정교함에 비해 질적인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 아쉽다. 주물이나 펜의 정교함도 떨어지는 느낌이다. 한 마디로 요즘 제품은 성의가 없는 것 같다. 그러니 옛날 만년필이 나는 좋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