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간 서울에 다녀왔다. 이번에도 서울 가서 얻은 수확이 다름아닌 만년필에 관한 것이었다. 예전부터 관심이 많은 분야라 이번에도 심도있게 관찰했다. 그 중에서 한 개를 구입... 가끔 내게 만년필이 몇 자루냐고 묻는 사람이 있는데 어디까지나 노코멘트다. 살다보면 공개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 있다. 술 안 마시고 담배 안 피우는 사람에게도 마음껏 추구하는 바가 있는 법이다.
참고로 아래 올린 만년필 낙서는 움직이는 전철이나 개인 승용차 운전석에서 급히 쓴 것들이라 평소 필체에 미치지 못한다. 마음 먹고 쓰면 저보다는 낫다. 사실 필체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다. 손에 쏘옥 드는 만년필을 가지고 있으면 언제든 좋은 글이 술술 써질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즐거운 착각이다. 훗날 고향에 은둔하게 되면 죽을 때까지 만년필로 글을 쓰면서 살 것이다. 내겐 인쇄해놓은 원고지만도 2만매 가까이 된다. 거기에다 똥 묻힐 때까지 글을 쓰자!
둘째날의 서울역전. 비가 내리고 있다.
단골로 들리는 만년필 가게. 우리나라에 유일한 중고 만년필 가게다. 중고 만년필이라 하여 남이 쓰다가 버린 제품을 파는 곳이 아니다. 80% 가량은 장롱에 있다가 나온 것들이다. 위치는 공개하지 않겠음. 주인 스스로 인터넷 공개를 꺼려 사진 한 컷도 간신히 찍었다. 옛날에 김태영 씨가 운영하다가 미국으로 이민을 가면서 현재의 사장에게 인계한 것이다. 김태영 씨 시절부터 알고 지낸다.
만년필 가게를 나와 서울역 방향으로...
서울역 앞 연세빌딩 1층 커피숍. 남들 시선은 중요하지 않다. 오직 만년필...
첫날 단골집에서 만난 80년 된 SHEAFFER 만년필... 즉시 구입!
80년 된 만년필이라기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깨끗하다. 기능도...
평소 휴대하고 다니는 몇 자루의 만년필을 시필했다. 아래는 아끼는 PARKER 51이다. 바디 색상이 특이해 소장하고 있다. 닙의 균형도 그대로 살아있다. 파커사의 대성공작으로 꼽히는 만년필이다.
MONTBLANC MEISTERSTICK 145 모델이다. 투톤 닙... Fine
단종된 MONTBLANC MEISTERSTICK 144 원톤 Fine nib
한때 중국 대학생들이 가장 갖고 싶어하는 만년필로 손꼽혔던 '英雄'이다. 세필에 가깝지만 잉크 흐름이 좋다.
MONTBLANC MEISTERSTICK 146 원톤 Fine nib이다. 원톤 닙이 생산된 게 60-70년대이니 상당히 오래 전의 모델이다. 요즘 나오는 투톤 닙에 비해 연성이라서 나같은 사람에게 아주 좋다.
한 컷...
독일제 PELIKAN M150 Fine nib 모델... 역시 요즘은 나오지 않는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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