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記/Pen 혹은 文學

양진채 소설집 <푸른 유리 심장>

펜과잉크 2012. 12. 9.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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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근하고 연습실 들러 자정 가까이 있다가 귀가했다. 연습실에서 두 곡을 녹음했으나 배가 고파 고음에서 음이 찌그러지는 현상이 감지된다. 복식호흡에 의존하는 관악기 연주는 배고픈 상황에서는 롱턴이 불안할 수 밖에 없다. 일단 기본적으로 호흡이 뒷받침되지 못하니 다음 마디로의 연결이 용이롭지 않은 것이다.

 

 집에 오자마자 김장용 배춧잎에 삶은돼지고기를 얹어 새우젓이랑 함께 먹었다. 중국술로 알려진 이과두주를 한잔 따라 마셨더니 속이 더워진다. 지석이는 이과두주에 화학성분이 들어있어 인체에 극도로 안좋다는 말을 해준다. 어쩐지 싸다 싶었다. 세 병에 만원도 채 안되는 돈이었으니까... 다음부턴 중국술을 마시지 말아야겠다. 뒤끝이 개운하다 어쩌다해서 마셨는데 사실 우리나라 소주가 훨씬 좋다는 믿음이다. 실제로 인도 같은 나라에선 우리나라 소주를 몇 배의 웃돈을 얹어 판다는 전언이다. 그마저도 구하기기 쉽지 않단다. 어쨌든 지금 나는 이과두주에 취해 이 글을 쓴다. 문맥의 흐름이 자연스럽지 못하더라고 이해 바란다. 

 

 인천문협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지난 몇 년간 각별한 인연들을 만났다. 철새처럼 왔다갔다하는 헐값들과는 본질이 다른 사람들도 내 마음속에 상존한다. 신미자 문광영 최제형... 그런 분들을 꼽을 수 있겠다. 그 외 L(LMY) K(KJCH) J(JES) Y(YJCH) K(KKO) O(OMS) 같은 분들도 잊을 수 없는 이름이다. 그 중에서 오늘은 이니셜 Y 양진채 소설가에 대해 쓰고자 한다.

 

 그녀가 인천문협에 가입한 해를 기억할 수 없다. 중견 혹은 원로 문인들에 비해 가입연도가 늦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녀의 문협 활동은 누구보다 열성적이었다. 그 이전에 김인호 형과 함께 문학동아리에서 활동한 전력이 있다고 들었다. 처녀땐 자존심이 상당했을 것 같은 인상에 특유의 밝은 웃음이 인상적이다. 그러고보니 매년 빼놓지 않던 전화통화를 올해는 아직 한 번도 못했다. 나 자신의 환경이 변한 게 결정적인 원인일 것이다. 신미자 선생님께도 전화 한 번 드리지 못했다. 그냥 당분간 혼자 있고 싶다. 최근 몇 년 사이 나는 평생 일어나지 않을 거라 믿었던 두 가지 일을 겪었다. 시간이 약이리라 믿는다. 웬만큼 상처가 봉합되었지만 아직까지 대인기피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그동안 신미자 선생님께 전화드리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 적이 두 번 있다. 다행히 잘 참아 넘겼다. 신미자 선생님께 전화를 드리고 싶었던 이유는 올초 선생님의 전화를 세 번이나 고의로 받지 않은 죄책감에서였다.

 

 지난 11월 하순,

 양진채 선생님 스마트폰에 안부 메시지를 보냈다. 올해 안에 어떤 식으로든 안부를 여쭙고 싶어서였다. 답장으로 소설집 <푸른 유리 심장>이 나왔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진심으로 반가웠다. 그녀가 소설집을 준비한다고 들었던 게 작년 이맘때인 것 같다. 왜냐하면 올해는 문협의 그 누구와도 개인적인 교감이 없었으므로... 그때 나는 이왕지사 유명한 출판사를 통해 책을 발간하면 좋겠다는 바람의 뜻을 전했다. 그러겠다 말하고 통화를 끊었다. 정확히 일년 후 드디어 양진채 소설집 <푸른 유리 심장>이 나왔다. 이 책은 최근 우리집에 도착한 문광영 교수의 <비움과 채움의 논리>와 함께 틈틈이 읽을 예정이다. 

 

 

 

                                                 양진채 소설집 <푸른 유리 심장> 표지 : 그녀의 스마트폰 카톡에서 캡쳐

                                       

 

 

 

 

 양진채 선생님으로부터 책을 부치겠다는 메시지를 받고 내심 기다렸으나 책이 오지 않았다. 아마도 작년에 발간된 <인천문단> 주소록의 주소를 적지 않았나 싶다. 그 주소지에서 떠나온 게 올해 삼월 초순이다. 책이 오지 않았으므로 서점에 나가 그녀의 소설집을 사기로 마음먹었다. 그래 어제 퇴근시간에 대한서림에 전화를 걸어 <푸른 유리 심장>이 있다는 대답을 듣고 서점으로 차를 몰았던 것이다.

 

 동인천역전 대한서림은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다. 1층부터 4층까지 책으로 가득했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 1층엔 커피 전문점 <뚜레쥬르>가 입점해있다. 건물을 개조하지 않은 채 실내 구조만 바꾸었으므로 엘리베이터 탑승구가 예전의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3층에 내려 계산대 여직원에게 '양진채의 소설집 <푸른 유리 심장>을 사러 왔다하니 해당 코너로 안내한다. 그러면서 여직원은 소설 코너에서 뭔가를 한참 찾는 눈치이다. 나중에 알고보니 책의 제목 <푸른 유리 심장>이 쉽게 눈에 띄지 않는 활자체이다. 아담한 소설집을 건네 받으니 묘한 설렘이 동반했다. 즉석에서 몇 컷, 집에 와서 몇 컷 사진으로 찍었다. 이 책은 평소의 내 독서열로 보아 내년 일월중이면 다 읽게 되리라.

 

 책이 우편 경로를 통해 왔더라도 나는 서점에 나가 별도로 <푸른 유리 심장>을 구했을 것이다. 예전에도 몇 몇 작가의 신간을 서점에 나가 구입한 적이 있다. 양진채 소설집 <푸른 유리 심장> 해설은 평론가 이경재 씨가 썼다. 오프라인에서 볼때마다 말없이 겸손했던 그의 글은 평론이라는 장르적 색채를 떠나 따스한 온기가 느껴진다.

 

 

 '누구나 항아리 속에 숨고픈 시절이 있다는 걸 안다. 그것이 다락이든, 옷장 안이든, 가전제품을 포장했던 상자 안이든, 내 몸에 꼭 맞는 비밀을 간직하고 싶은 나이. 고독이라는 말도 모르면서 괜히 마음이 가라앉고 눈물이 날 것 같은 순간들.'  -<푸른 유리 심장>에서

 

 

 

 

 

 

 

 

                                                      인천문협 자월도 워크숍 때 선착장에서 인천행 여객선을 기다리며

                  

 

 

 

 

 

 

 소설집 <푸른 유리 심장>!

 양진채 선생님의 신간 소설집이 서점가에 새로운 폭풍을 몰고오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녀의 역량은 이미 2008년 조선일보 신문춘예 소설 부문 당선으로 검증되지 않았던가? 이 책이 베스트셀러로 부상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어제 대한서림 계산대에서 돈을 지불하며 여직원에게 다음과 같이 말해주었다.

"양진채 소설가를 아세요? 인천 분으로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작가입니다. 저기 신간안내 진열대에다 양진채 소설집을 진열해주셨으면 합니다."

미소로 화답하는 여직원을 뒤로하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마음은 또다른 설렘과 기대감으로 충만했다. 소설집 <푸른 유리 심장>이 나오기까지 애쓰신 양진채 선생님과 주위의 여러분에게 수고하셨다는 말씀을 드리며 글을 마친다. 진심으로 잘 팔리길 바란다. 끝

 

 

 

 

           대한서림에서  

         

 

 

 

 

   

 

 

 

 

  

 

 

 

 

                

 

 

 

 

 

       

 

 

 

 

               

 

 

 

 

          

 

 

 

 

        

 

 

 

 

    

 

 

 

 

            

 

 

 

 

       

 

 

 

 

                 

 

 

 

 

  

 

 

 

 

                

 

 

 

 

          

 

 

 

 

    * 2012. 12. 9.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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