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記/이 생각 저 생각

함종윤 목사님을 모시고

펜과잉크 2013. 4. 2. 01:29

 

 

 

고향의푸른잔디2(함종윤20130401).mp3

 

 

 

 

개인적으로 특별히 종교와 신앙에 귀속 당한 적이 없다. 그런 연유로 목사님이든 스님이든 자유롭게 만날 수 있다. 군대 전역 후 공부를 준비할 때 통1교 목사를 만나 <원리강론>을 독파한 적이 있는데 목사님 심보가 개떡 같아 연(聯)을 끊었다. 예배당에서 함께 성경의 일절을 놓고 얘기하다가 부인의 '식사하라'는 호출에 신경질을 아주 노골적으로 내는 것이었다. 예배당을 나와 홀로 걸으며 저 종단은 교주가 배우자를 점찍어 준다더니 마누라 대하는 게 참 더럽구나 싶었다. 목사가 사회 지도층이라고 믿었던 나로선 충격적이었다. 부인을 노려보며 짜증내던 살의 번뜩이는 그 표정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아버지께서 지병중에 계실 때, 그러니까 2009년 2월 중순 어느날, 어머니의 의중과는 상관없이 이웃마을 예배당의 목사님과 신도들이 몰려와 아버지를 위해 기도 드리겠노라 하더란다. 어머니는 속수무책(?)으로 승낙하셨는데, 아버지 돌아가신 후 하시는 말씀이 '그 때 목사님과 여러분이 오셔서 기도해주신 덕분에 네 아버지가 편히 가셨다'라고 말씀하시는 게 아닌가? 젊은 시절 외할머니를 따라 예배당에 다닌 적이 있는 어머니의 준비된 의식으로 교리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문제였음에도 말이다. 아무튼 그 날부터 지금까지 어머니는 '충남부여가중교회'의 열렬한 일원이 되셨다.

 

 

 

 

존경하는 트럼페터로 남해의 함종윤 목사님을 꼽고 싶다. 지금은 사모님의 암 투병을 간호하시느라 역곡에 올라와 계시다. 어제 오후 전화를 하셨길래 마침 시간이 있어 전철로 내려오시라 말씀드렸다. 내려오실 때 악기를 가지고 오시라는 주문도 함께... 밤 여덟시 삼십분경 제물포역에서 기다렸다가 차로 연습실까지 모셨다. 목사님이 가져오신 트럼펫은 제니스 헤비 모델이었다. 제니스 헤비 모델은 부산의 김일황 교수가 기획한 트럼펫으로 가격에서 열세일 뿐, 고가의 헤럴슨을 뛰어넘고도 남는 매리트를 가졌다.

 

목사님이 내 앙부쉬어를 보시고 소리를 예쁘게 낸다고 말씀하셨다. 다만 녹음할 때 에코우 기능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라 하셨다. 나는 목사님께 우리 연습실에 오신 기념으로 한 곡만 연주해달라 부탁드렸다. 그리하여 탐 존스가 부른 불멸의 명곡  <고향의 푸른 잔디(The green green grass of home)>을 녹음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함종윤 목사님을 소개해드리는 과정에서 서두가 길어 미안하다.

 

존스가 부른 <The green green grass of home>을 조영남 씨가 '고향의 푸른 잔디'로 번안하여 부르기도 했다고향의 평화로운 풍경을 연상하고 있지만, 이 노래는 사형장의 이슬로 사라져야 하는 한 사형수의 슬픈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형당하기 전에 고향의 꿈을 꾸었던 것나를 반갑게 맞아주는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사랑하는 메리, 그리고 고향의 따뜻한 품... 고향을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사형수의 애타는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다.  가슴 찡한 곡이다.

 

 

 

 

The green green grass of home

                                                                 톰 즌스

 

 

Then I awake and look around me

그리고 나는 잠에서 깨어 주변을 둘러보며

At the all grey walls that surround me

나를 둘러싸고 있는 잿빛 벽(감옥의)을 바라보네

And I realize

그리고 나는 깨닫네

Yes, I was only dreaming

그래, 나는 단지 꿈을 꾸고 있었다는 것을

For there's a guard and

왜냐하면 간수가 있고 또 슬픈 얼굴의

there's a sad old padre arm in arm

늙은 신부가 팔짱을 끼고 있었으므로

 

we'll walk at day-break

우리는 새벽이 되면 걸어가겠지(사형장으로)

Again I'll touch

그러면 나는 다시 밟을거야

the green green grass of home.

고향의 푸른 잔디를

Yes, they'll all come to see me

그래, 그들은 모두 나를 보러 올거야

in the shade of that old oak tree

오래된 오크나무 그늘 아래로

As they lay me 'neath the green green grass of home.

그들이 나를 고향의 푸른 잔디 아래로 묻어줄 때

 

 

 

 

 

 

 

 

 

 

 

 

 

 

 

 

 

 

 

 

 

 

 

 

 

 

 

 

고향의푸른잔디2(함종윤20130401).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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