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記/Pen 혹은 文學

집필용 만년필의 실용성 진단

펜과잉크 2013. 12. 22. 10:32

 

 

 

 

어젯밤,

대구에 사는 분과 만년필 얘기를 나누다가

그 분이 오래 전

독일에서 Reform 1745 만년필을 50 자루 직수입했다는 정보를 얻었습니다.

틈틈이 분양하고 일곱 자루 남았다고 하여 

다섯자루를 구입하기로 하고 돈을 입금시켰습니다.

아마 월요일쯤 도착하겠지요.

 

다섯자루 중에서 두 자루는 제가 갖고

나머지 세 자루는 인천문협 회원 세 분께 하나씩 발송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펠리칸 잉크 블루블랙이랑 예쁘게 포장하여 연말 선물로 부쳐드릴 것입니다.

그 분들은 아마 만년필을 소중히 간직하며

오래도록 즐겨 쓰시리라 믿습니다.

원고를 탈고하거나 교정하면서 얼마든지 필요할 테니까요.

 

 

 

 

 

만년필 닙(nib)의 굵기로 보통은 F(fine) 사이즈를 애용합니다.

 

 

 

 

 

 

만년필 역사를 말하자면 좀 복잡해지지만

오래 전부터 미국, 프랑스, 독일 같은 나라에서

인기있는 필기구로 널리 사용됐습니다. 

위에 열거한 국가들 뿐이겠습니까? 

 

 

만년필이 국내에 최초로 들어오기 시작한 때가

구한말 일본에 다녀온 사신들을 통해서라는 일화가 있습니다.

 

동묘의 어느 노점에서 스틸 촉의 파커 만년필을 본 적이 있는데

생산된 시기가 1930년대로

당시엔 만년필이 아주 귀한 혼수품으로 거래됐다고 하더군요.

 

펜촉의 재질은 강성이고 종이의 질은 좋지 않았으므로

60-70년대 문인들의 육필 원고를 보면 거칠고 투박한 필체가 다수 눈이 띕니다.

 

요즘도 여전히 만년필은 존재합니다.

다만 일부 마니아들 사이에서

장식품 정도로 소장되는 게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저는 만년필을 신품으로 구입하게 되면

매장에서 바로 케이스를 벗겨 쓰레기통에 던져버립니다.

껍데기가 무슨 가치가 있을까요?

하지만 이번에 대구에 사는 분과 통화하면서

발송하는 만년필을 모두 케이스에 담아 보내달라 했습니다.

선물로 보낼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년필은 원고용(집필용)으로 제작되는 게 일반적입니다.

결재 문서나 약정서 서명용으로 나오는 예가 있긴 하나 

특별한 경우에 한하고 대개는 EF 혹은 F 사이즈입니다.

집필용 만년필은 굵기나 무게가 중요합니다.   

무게감이 지나쳐 장시간 집필하는데 장애가 있다면

만년필로써의 진정한 가치를 논할 수 없겠지요.

 

다시 한 번 말씀 드리지만

<혼불>의 저자 최명희 선생님 문학관에 전시된 만년필을 보면 

그 분이 굳이 몽블랑 149라는 굵은 만년필을 쓰신 이유가 궁금해집니다. 

만년필은 손아귀에 쏘옥 들어와야 합니다. 

몽블랑 149의 굵기는 동양인보다는 서양인 남자의 손 사이즈에 맞습니다. 

그런 크기의 만년필로 200자 원고지 수 만 매를 집필한다는 자체가 무리인 거죠.  

  

아래 몽블랑 또한 얼른 봐도 굵기가 범상치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만년필은 오랜 시간 사용시 손의 피로감을 불러옵니다.

영어처럼 쉽게 흘려 쓸 수 있는 문자와

한글 혹은 한자처럼 획을 내리 그어야하는 문자는 그 차이가 분명합니다. 

한글과 한자의 세로쓰기가 가능한 반면

알파벳의 세로쓰기가 통용되기 힘든 점을 비교하면 간단합니다.

 

 

 

 

 

 

 

 

그동안 오래된 만년필을 찾을 목적으로 서울 거리 구석구석 많이도 쏘다녔네요.

골동품점은 물론 고미술품점도 예외는 아니었지요.

 

 

 

 

 

 

 

 

 

 

 

 

 

 

 

 

 

 

 

 

 

 

 

 

 

 

 

 

아래는 오래된 독일제 LAMY 만년필입니다.

홍콩의 엔틱 매장 거리에서 어렵게 흥정하여 얻은 물건입니다.

셩완역 마카오훼리터미널 맞은편에 있는 웨스턴 마켓!

골동품 거리는 바로 이 웨스턴 마켓 뒷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닙이 경성이라 별로 애용하진 않았습니다.

 

 

 

 

 

 

아래는 PELIKAN 100n 모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몽블랑(montblanc) 만년필이 필기구의 명품으로 손꼽히는 것에 반대합니다.

수 십 년 전의 판도는 오히려 펠리칸이 몽블랑의 상위에 있었죠.

제품의 질도 앞섰습니다.

 

 

 

 

 

 

 

 

 

 

 

 

 

아래 만년필이 대구의 그 분과 흥정하여 얻게된 르폼 1745 만년필입니다.

만년필은 절대로 돈으로 따질 게 아닙니다.

잉크가 술술 나와 글이 잘 써지면 그만입니다.  

이 펜도 고가는 아닙니다.

하지만 독일제 만년필이 대부분 그렇듯이 실용적으로 쓰기엔 최고입니다.

 

 

 

 

 

날렵한 닙의 생김새를 보십시오.

숨이 막힐 듯합니다.

 

 

 

 

 

 

 

 

 

 

 

 

 

 

 

 

 

--- 에필로그---

 

 

 

서울에서 내려오면 온 몸의 힘이 쫘악 빠집니다.

전철에서 내려   

골목에 주차해놓은 차량을 몰고 항상 들리는 곳이 있습니다.

자유공원 아래에 있는 조그만 찻집입니다.

이곳은 언젠가 인천문협 회원들과도 들러 차를 마셨지요.

아주머니의 커피 솜씨가 탁월합니다.

 

아주머니는 젊은 시절

미국 은행의 한국 지사에 근무하던 청년과 결혼하여

그의 고향인 켈리포니아로 건너가 살다가

몇 년 전 두 아들 등 네 가족이

한국으로 이민을 와 인천에 정착해 살고 있습니다.

남편은 도원동에서 빵을 굽고

아주머니는 찻집 <FOG CITY>에서 빵과 커피, 와인을 팔고

두 아들은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며 생활합니다. 

아주머니가 친절하셔서 

간단한 부탁 정도는 화답과 함께 선뜻 도와주십니다.  

 

 

 

 

 

 

 

 

 

 

 

 

 

 

 

 

 

 

 

 

 

 

 

 

 

 

 

 

 <FOG CITY>의 또 하나 매력은 와인의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입니다.

백화점이나 주류점보다 1/3 정도가 싸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부부가 켈리포니아에서 직접 와인을 수입해온다고 들었습니다.

그림은 켈리포니아의 포도 농장을 뜻한다고 하더군요.  

 

 

 

 

 

 

 

 

 

 

<포그시티>에서 나오면

포도는 음습한 안개에 가려져 있습니다. 

더러는 그것이 안개가 아닌

가로등의 불확실한 촉수와도 관계가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불확실성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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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에 관한 글을 올리면서 조심스러운 게 있습니다.

글을 읽는 분 중엔 더러

제가 만년필이란 필기구를 매개로

과시하고 자랑하는 듯한 뉘앙스로 오해하실 분이 있을까 염려됩니다.

세상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일종의 피해의식이요 열등감의 소산이지요. 

그렇게 생각합니다.  

 

만년필은 필기구일뿐 

인격을 대변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일상의 평범한 이야기 소재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 점 오해없기를 바랍니다.  

 

  

 

 

MONTBLANC MEISTERSTUCK 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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