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가 일요일인데 미세먼지 주의보 때문에 서울에 가지 못했습니다.
하루종일 집에서 휴식을 취했어요.
모처럼 만년필을 꺼내 시필할 기회도 있었습니다.
냉장고에서 사과를 꺼내어 씻어 먹고
누룽지를 끓여 한 끼 식사(점심)를 하고 식빵을 뜯어 먹기도 했습니다.
오후에 미품상회 사장님 전화를 받고 갔더니
서울 미군용품 경매장에서 가져온 거라면서 커피 한 통을 주시는 겁니다.
동인천 양키시장이나
숭례문 지하 수입상가에서도 볼 수 있지만
미군부대를 통해 나온 커피라는 말에 기쁜 마음으로 받았습니다.
(엄연히 계산을 치름 = 1만원)
외관상 같은 커피이지만
정식으로 수입해서 판매하는 커피와 군부대 커피는 또 다르다고 들었습니다.
항간엔 더러 미품상회 사장님을 장사꾼이네 바가지네 하지만
저는 단순히 그렇게만 보지 않고
참 열심히 사는 분이구나 하고 달리 평가합니다.
비록 저렇게 허물어져가는 샵을 운영하지만
딸 셋을 훌륭히 교육시켜 다들 멋지게 키우셨습니다.
사모님은 신포동에서 옷 수선을 하시고
사장님은 30년 가까이 한 자리에서 오직 미제 물건만을 파십니다.
건설 경기가 좋았던 시절엔 퇴근이 두려울 정도였다고 하더군요.
하루 매상이 상당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현금을 많이 쥐었다는 뜻이겠지요.
우스개소리입니다만
석바위 <<이리 오너라>>가 한창 잘 돌아갈 때
업주가 매일 밤 현금을 마대자루에 담아 어깨에 메고 퇴근했다고 합니다.
장사는 현찰 박치기가 최고입니다.
관공서 앞에서 공무원들 믿고 외상장부 깔고 영업하다가
밑천도 못 건지고 망한 사례가 청주에서도 있었잖습니까?
돈 받으러 가면 '발령 났다' '난 모르겠다'는 식으로 다들 발뺌을 했다지요.
결국 식당이 도산하고 거리에 나앉게 된 것을
업주의 딸이 인터넷에 사연을 올리면서 전국민의 공분을 샀습니다.
그제서야 진상 파악을 하네, 당장 갚네 하며
평소 않던 두시럭을 떠는 등 공무원들이 병신짓을 했지요.
외상 장부 좋아하다가 망하는 대표적인 업종이
건설현장 근로자들을 상대로 하는 '함바' 식당입니다.
이놈들은 현찰이 지척에서 뭉치로 굴러다니는 것처럼 떠들다가
어느날 야반도주하듯 사라져버리는 양면의 사기꾼들입니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구요.
-略-
*****
미품상회입니다.
겉만 보고 평가할 게 아닙니다.
저 건물 구석 구석 쌓여있는 물건들을 보면 탄성이 나옵니다.
언제나 반갑게 맞아주시며 커피를 타 주십니다.
사진에서도 커피를 타고 계십니다.
미군부대에서 나온 설탕을 덜어주시겠다고...
사양했지만 작은 통에다 이미 작업을 시작하셔서 고맙게 받았습니다.
귀농하시는 분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사진입니다.
삽, 곡괭이, 정, 도끼...
다양한 농구들을 볼 수 있습니다.
재질이 아주 우수하여 수 십 년을 두고 써도 마모되거나 무뎌지지 않을 것입니다.
미제 쥐덫도 있어요.
탄력이 대단합니다.
애들이 가지고 장난하면 큰일 날 수 있습니다.
군대 야삽과 벌목도(정글도), 톱이 있어 찍었습니다.
군대 야삽은 무기로도 대체 가능합니다.
러시아 특수부대원이 야삽을 펴서 나무에 탁탁 꽂는 동영상이 있습니다.
어느 군대든 마찬가지입니다.
날 선 야삽은 어지간한 나무 뿌리를 단숨에 동강내버립니다.
사진의 야삽은 오리지날 미제 US ARMY 지급품입니다.
벌목도는 주로 정글에서 사용합니다.
그래서 정글도라고도 부릅니다.
이라크 테러집단에 참수 당한 김선일 씨도 저 칼에...
다시 한 번 미품상회를 찍어봅니다.
미품상회 사장님이 주신 커피입니다.
겉 비닐이 뜯겨있지만
뚜껑 안쪽의 은박지가 그대로 붙어있는 미사용품입니다.
동인천 '개미상회' 혹은 숭례문 지하 수입상가에서도 보는 커피이지만
업자들은 분명히 다른 차원에서 따로 분류를 합니다.
제 생각도 같습니다.
예를 들어 군납 ALPHA社에서 제조하는 M65의 경우
군납용과 민수용이 확연히 다르듯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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