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記/이 생각 저 생각

숙제 100번

펜과잉크 2006. 9. 4. 22:07


<韓國隨筆> 격월간(隔月刊) 9,10월호가 도착했다. 이철호 회장님을 비롯하여 몇 분의 각별한 이름들이 눈에 띈다. 이철호, 황금찬, 이기진, 이숙, 김지향, 신미자 님……. 한때 그 분들의 책을 구해 읽던 내가 지금은 문단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좀 아이러니하다. 저 분들 중엔 교사 출신이 있는데 오늘 이 자리에선 그 분에 관한 일화를 적어본다. 


초등학교 저학년을 지도했던 어느 해, 하루는 숙제를 해오지 않은 남학생에게 벌을 주었단다.

“숙제 내 준 부분을 100번 써라!”

청소가 끝난 교실에 학생을 앉혀놓고 숙제 안한 부분을 100번 쓰라 시켰다 한다. 그래놓고 그 사실을 깜빡 잊고 퇴근을 했다.


집에 와서 밥을 먹고 TV 앞에 앉았다가 그만 퍼뜩 생각나는 게 있었다. 숙제 100번을 쓰라 시켰던 어린이였다. 그 분은 소스라치게 놀라 황급히 옷을 입고 학교로 뛰어갔다고 한다. 그런데 깜깜한 교실 책상에 어린 아이가 엎드린 채 열심히 숙제(?)를 하고 있더라나?


이 얘기는 그 분의 글에 나오지 않는 일화로 문인 몇이 모인 자리에서 여담으로 흘린 걸 나와 막역지인이 전해 듣고 제보해준 부분이다.


문득 깜깜한 교실 책상에 엎드려 숙제 100번을 썼을 어린이를 떠올려본다. 두려움과 허기에 지친 동그마한 눈으로 코를 훌쩍이며 열심히 연필에 침을 발라 100번을 향해 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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