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 관심이 많은 아우가 있다. 학창시절엔 배구 농구 테니스 같은 종목에 심취했었다. 테니스 쪽으로는 전국 대회에서 몇 차례 개인 입상도 한 걸로 알고 있다. 그러다가 무릎에 무리가 와 서울 대형병원에서 관절수술을 받고 골프로 전향했다.
아우들과 모인 자리에 골프 얘기가 나왔다. 나는 좋은 기회라 믿고 그쪽에 관해 여러가지를 물으려 했다. 마침 그 자리엔 골프 경력이 오래되는 막내처남까지 있어 두 사람의 대화를 경청하는 것만으로도 웬만큼 이해할 수가 있었다.
아우는 컨디션에 따라 77타 내지 78타 혹은 80타 내지 81타를 친다고 했다. 그 말의 뜻을 몰랐지만 경력자인 처남 입에서 77타 정도라면 프로급이라 했다. 그러자 아우가 보통 미쳐선 77타 내지 78타를 치기 힘들다는 얘기였다. 거의 프로 수준이란다. 두 사람은 전국의 필드에 대해서도 훤했다. 어디가 비싸고, 어딘 무슨 음료수가 나오고, 어딘 치사한 놈들 내기 골프를 하러 자주 오는 곳이라는 둥 갖가지 얘기꽃이 만발했다.
아우에게 골프에 미친 사람들 손바닥이 굳은살로 두툼하더라고 하자, 손에 무리한 힘이 들어간 때문이라며 자신의 두 손바닥을 펴 보이는데, 보통 사람의 평범한 손바닥처럼 깨끗했다. 그러면서 손바닥 굳은살은 초보들이 욕심으로 속성을 노릴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골프에 대해선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 특히 땀 흘려 일하는 농사꾼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시골 출신들에게 골프는 한낱 사치일 뿐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요즘처럼 눈코 뜰 새 없는 농번기, 부모님이 등골 휘는 삶을 사시는 마당에 한가롭게 골프채나 들고 필드를 거니는 모습은 아무리 곱게 봐주려 해도 허용이 안 된다. 그것도 그들(골퍼)만의 가치 있는 삶이라 주장할 것인가? 혹자는 항용 '골프'라는 말을 언급하는 자체를 무슨 품격 넘치는 삶 정도로 인식하고 있으니 실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더러 우린 본연의 틀을 벗어나 너무 멀리 와 있진 않은지……. 본질을 벗어나 세속의 유행에 편승하여 부표(浮漂)로 떠도는 건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가슴에 손을 얹고, 좀더 진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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