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記/이 생각 저 생각

[스크랩] CTS-TV 관련

펜과잉크 2007. 7. 14. 17:29

 

 

 

혹시 CTS-TV라는 채널을 기억할지 모르겠다. 기독교 방송이다. 개인적으로 종교와 신앙을 믿는 건 아니지만 자주 이 방송을 시청하곤 한다. 이유는 목사들의 설교를 듣기 위해서이다. 특히 대전 중문교회 장경동 목사의 설교를 아주 좋아한다. 몸과 마음으로 설교하는 분이시다. 오늘은 김포 갈릴리교회 김기대 목사의 설교를 들었다. 말이 엄청 빠른 그 분….

 

목사들의 설교를 듣다 보면 분명히 건질 게 있다. 종교의 영역을 떠나 그들이 강조하는 악센트는 분명히 사랑과 구원 같은 복음의 메시지이다. 하나같이 참을 가르칠 뿐 거짓과 악을 주장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그 강렬한 메시지에 한 순간이나마 내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 뚜렷이 감지됨을 깨달을 수 있는 것이다.

 

장경동 목사의 설교는 우선 그가 우리 고향의 구수한 억양을 구사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단순히 종교적 측면의 복음이 아니라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데 있어 지켜야 할 것들을 종교적으로 정제시켜 설파하고 있다. 일부에선 그가 험담을 잘한다는 점으로 다소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지만, 그의 험담이 말 그대로 천한 언어라고 믿을만한 사람을 없을 거란 생각이다. 설득력 높은 언어는 단순히 미사여구만을 요구하진 않는다. 투가리 장맛 같은 구수한 언어들까지 다 포함하는 것이다.

 

장 목사의 웅변을 청취하노라면, '그래. 바로 그거야' 혹은 '역시 옳은 소리야'같은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그러면서 마치 고향의 이웃집 형님이 풀을 베다가 잠시 낫을 거두고 늘어놓는 걸쭉한 토속어를 듣는 환상에 빠지곤 한다.

 

오늘 역시 CTS-TV에선 김기대 목사의 설교가 있었다. 그가 이번 순서에서 강조한 것은 '사람을 율법(律法)으로 다스리려 하지말고 복음으로 인도하라'는 내용이었다. 복음은 앞서 언급한 대로 '사랑'과 '구원' '평화'와 같은 메시지다.

 

1985년 5월경,
군대를 전역하고 집에 있을 때 읍내에 나갔다가 우연히 통일교회 목사를 만나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와 대화가 가능했던 이유는 읽을거리가 귀했던 전방 군 생활 중 통일교에서 펴낸 <원리강론(原理講論)>을 독파하다시피 했던 경험이 있어 그 소재만 가지고도 서로 교감이 오갈 가치가 있었던 때문이었다. 강조하건대 <원리강론(原理講論)>은 소설처럼 술술 읽혀지는 내용이 아니다. 한 번은 교회에 꼭 나와 달라기에 마음먹고 외모를 단정히 하여 그를 방문한 적이 있다.

 

교회는 읍내 정림사지 위쪽, 그러니까 지금 부여청소년문화회관 앞길에서 동아서점 방향으로 비스듬히 내려가는 오른쪽에 있었다. 지붕이 기와였던 기억이 난다. 푸른색을 띤 지붕은 멀리서 봐도 뚜렷이 구별되어졌다. 처음으로 방문하는 예배당이었지만 그 날은 또한 내가 그 목사를 달리 인식하는 날이기도 했다.

 

목사는 내게 아주 친절했는데, 반면 자기 부인에겐 지나칠 정도로 싸늘했다. 부인이 손쟁반에 사과를 깎아 건네자 그걸 받으면서 내 앞에서 '무슨 칼질을 이따위로 했느냐?'는 식으로 면박을 주었는데, 부인은 그 말을 들으면서도 실낱같은 소리로 '미안해'하곤 마는 것이었다. 잠시 후 어디서 전화가 왔는지 부인이 또 한 번 우리 쪽으로 와서 목사에게 무슨 소리를 낮게 전하자 '그런 걸 뭘 지금 얘기하고 그러냐?'면서 싹둑 자르듯이 무시하는 게 아닌가?

 

스무살 중반의 나이였으되 한창 감성적이었던 난 목사의 이면을 보는 것 같아 그 날로 발길을 끊고 말았다. 추축하건대, 아마도 목사는 평소 부인 앞에 로마 병사처럼 군림하지 않나 싶었다. 사실 신앙에 관심이 있어 갔다는 표현보다는 피차 공감대가 형성되는 부분이 관심을 모았던 때문이었다. 통일교에서 강조하는 대목은 '재림(再臨)'이다. '언젠가 하나님이 다시 오신다'는 진리가 아니라 '이미 재림하셨다'는 쪽으로 믿고 있다. 그리하여 문선명이란 인물을 하나님 같은 존재로 신격화하기에 이르지 않았던가?

 

글의 방향이 빗나가는 것 같은데 아무튼 종교와 신앙의 영역을 떠나 복음을 전하는 목사들의 설교는 들어둘 만 하다. 물론 불교방송도 있긴 하나 그쪽 프로그램은 지나치게 종교적이어서 일상적인 면과 연결짓기가 모호하다는 난점이 있다. 채널을 틀면 법복을 입은 승려가 점잖은 톤으로 무슨 말씀을 하는데 볼륨을 올려야 제대로 들릴 만치 매번 낮게 흐른다. 졸음이 몰려올 때도 없지 않다. 자연히 고저장단의 흐름 속에 파도를 타는 목사들의 프로그램으로 채널을 돌리게 되어 있다.

 

오늘 CTS-TV를 통해 들은 김기대 목사의 말씀 중엔 우리가 분명히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재 강조하는 바이지만, '사람을 율법(律法)으로 다스리려 하지말고 복음으로써 인도하라'는 것이다. 훌륭하신 말씀이다. 모든 걸 사랑으로 대하고 배려할 때 진정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으리라.

 

 

 

출처 : 내지리 시내버스
글쓴이 : 류삿갓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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