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통해 대전중문교회 장경동 목사 설교를 즐겨듣는다. 종교와 신앙에 매인 몸은 아니지만 그 분의 구수한 화술이 좋아서다. 그런데 어제는 웬 여자 목사가 나와 남자의 성기에 대해 말하는 것이었다. 이스라엘 여성들이 자궁암이 없기로 세계에서 유명한데 -별 유명한 것도 다 있다- 어느 학자의 연구 결과 남자의 성기에 이유가 있다는 얘기였다. 이스라엘에선 생후 8주만 되면 포경수술을 시킨단다. 여자 목사는 그 부분에서 1주도 안되고, 2주도 안되고, 3주도 안되며, 8주 후가 적당하다면서 그 때가 생후 면역력이 가장 튼튼할 때라나? 아무튼 여자 목사는 ‘성기 표피를 잘라내니까 여성이 자궁암에 걸리지 않는 겁니다’ 하는 것이었다. 그럼 포경수술에 대해 특별한 인식을 갖지 않는 미국사회에선 여성의 자궁암 발생이 월등히 높아야 되지 않을까. 목사가 의사냐?
강력반 형사, 목사, 택시 기사들은 대개 화술이 뛰어난 것 같다. 때론 피대 바퀴처럼 돌아간다. 검증되었거나 아니거나 따지지 않고 일단 뱉고 본다. 뱉는 만치 주워 담아야 할 게 많다는 것도 모를 리 없겠지? 그런 것이다.
최인호 씨가 남성의 신체 부위에 대해 쓴 적이 있다. 부위의 크기에 대한 글이었다. 목욕탕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물건이 다들 자기 것보다 크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잘못된 판단이란다. 상대방도 이쪽을 볼 때는 자신보다 크다고 착각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자신의 것은 위에서 내려다보기 때문에 작아 보이고, 상대방 것은 마주 보기 때문에 길어 보인다나? 결국 거기서 거기라는 결론이었다. 하긴 목욕탕 더운물에 담그고 있다 나오면 평소보다 축 늘어져 보이긴 할 것이다.
사랑은 각자 나름인 것 같다. 조용히 다가가 그의 숨결과 체취를 호흡하는 것만으로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가령 아내의 머릿결에서 풍겨오는 삼푸 냄새 같은 것…. 흔한 것이지만 매력의 요소로 작용한다. 사랑하는 이의 숨결은 참 포근하다.
위에서 배우자에 대해 말했는데 내 개인의 경우라기보다 모든 이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 그래도 세상에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배우자 밖에 없다. 백 날 예쁘고 잘 생긴 사람을 찾아 보라! 외면에 치우친 발상은 오래 가지 못한다. 하긴 개인적으로 세상 여자 중 아내만큼 마음에 드는 여자를 보지 못했다. 흔히 외모를 꾸미는 것으로 자신을 돋보일 수 있다고 믿는 여성이 없지 않은 것 같은데 -그렇지 않고 멋을 낼 리 없으니-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훨씬 예쁘고 사랑스러울 때가 있다. 여기서 예쁘다는 뜻은 외모 지향적인 면을 배제하니 오해 없길….
판탈롱 바지 깃을 휘날리는 김추자(金秋子) 씨보다는 이미자(李美子) 씨의『동백아가씨』 스타일이 더 좋다. 외국으로 말하면 피티 페이지 정도의 이미지랄까? 김추자 씨와 이미자 씨를 남성으로 따지면 남진 씨와 나훈아 씨로 대비할 수 있는 바, 나훈아 씨가 뭘 보여주겠다고 단상에서 자크까지 내린 건 분명 오버페이스라는 입장이다. 자크 내린다고 누가 진짜로 보냐? 그러니까 결의를 다지는 자세는 믿음을 주겠다는 신념과 의지의 징표일 수 있으나 특별한 가치를 두지 않는 이들에겐 모욕적인 행위로 밖에 간주되지 않는다. ‘쇼하고 있네!’ 우리가 왜 나훈아 씨의 아랫도리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벗고 보면 최인호 씨의 ‘거기서 거기’에 지나지 않을 뿐인데 말이다.
언젠가 송도의 커피숍에 가게 되었다. 일행과 함께 있으면서 자꾸 가족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다들 집에 있을까? 식사를 할까? 세탁기를 돌릴까? TV를 볼까? 공부를 할까? 창문은 닫았을까? 온갖 단상들로 머릿속이 흐려졌다. 그러면서 내 자신이 왠지 떳떳하지 못하다는 죄의식에 사로잡혔다. 일순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이 커지면서 빨리 귀가하고 싶은 욕구에 압도당했다. 그래 사실은 그런 이유로 끌려나오다시피 했다.
행복이 늘 우리 가까이 있는 것처럼 사랑도 우리 가까이 존재하는 것이다. 다만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할 뿐이다. 그것은 어떤 자극만을 요하진 않는다. 퇴근시간에 쫓겨 줄가리가 맞지 않다. 다른 말이 더 있음에도 앞뒤 균형이 비뚤어졌구나. 그래도 미련 없이 맺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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